[뉴욕은 지금] 중동 화염에도 증시는 고작 1%대↓…무엇을 봤나
(뉴욕=연합인포맥스) 최진우 특파원 =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지만 금융시장 반응은 생각보다 미지근하다.
이스라엘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의 군사·핵 시설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했고,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의 군 수뇌부와 핵 과학자가 사망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탄도 미사일로 대응했고, 15일에도 100여발 정도를 추가로 발사하며 민간인 사상자도 발생했다. 양국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양국의 충돌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뉴스 헤드라인도 이를 반영해 '3차 세계 대전 가능성'이라는 용어로 채워지고 있다.
그런데, 가장 예민하다는 금융시장의 모습은 '혼란'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스라엘의 공습 당일인 지난 13일 뉴욕증시 3대 지수는 1%대 빠졌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7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3%, 나스닥 종합지수는 1.30% 하락하는 데 그쳤다. 장중에 이란이 이스라엘이 보복 조치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나스닥은 하락 폭은 40포인트 수준에 불과했다.
달러는 아시아장에서 안전자산 선호로 강세를 보이긴 했지만, 뉴욕장에서는 힘을 잃어갔다. 미 국채 금리는 위험 회피 분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올랐다. 뉴욕장만 놓고만 보면 전형적인 '셀 아메리카' 현상이다.
시간을 두세 달 전으로 돌려보면 시장의 반응 차이는 '확' 느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를 강행했을 때 뉴욕증시는 그야말로 혼돈이었다. 해방의 날 발표 후 이틀간 뉴욕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시가총액은 6조6천억달러 증발했다. 상호관세를 유예해주자 증시는 역대급으로 반등했다.
금융시장에서만큼은 양국의 무력 충돌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보다도 파장이 작았던 셈이다.
뉴욕 금융시장은 무엇을 본 것일까. 우선 예방주사를 맞았다는 평가다. 미국이 주(駐)이라크 미국 대사관에 있는 직원 일부를 대피시키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것이다.
조기에 해결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자신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이란과 관계가 좋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로가 이스라엘-이란의 전쟁이 끝나야 한다고 공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에도 "(중재를 위해) 현재 많은 통화와 만남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란과 이스라엘은 협상해야 하며 합의를 이룰 것"이라고 낙관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하락을 원하고 있다. 전쟁이 길어지거나, 주변국으로 번지게 되면 유가 급등은 불 보듯 뻔하다.
이란이 장기전을 감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란은 현재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5월 기준 이란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9% 상승했다. 이란 경제부 장관이 지난 3월 인플레이션 급등 책임을 지고 물러날 정도다.
카타르 방송사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란 리알화는 지난 7월 마수드 페제시킨안 이란 대통령 취임 당시 달러당 60만리알에서 현재 90만리알대까지 폭락했다. 15일 기준 달러-리알 환율은 이스라엘과 충돌로 94만7천리알까지 치솟기도 했다. 석유 수출이 제한받는 상황에서 물가에 더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이란 내부 상황을 볼 때 장기전을 감내할 만한 여력이 없다는 게 중동 현지 매체의 반응이다.
더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투자자들은 오는 7월 8일까지인 상호관세 기한과 미국의 재정적자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외환 전략가를 지낸 로빈 브룩스는 지난 13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오늘처럼 위험회피 모드인 날에도 국채금리가 세계적으로 오른 점이 정말로 흥미롭다"면서 "이는 코로나 재정 부양책의 후유증"이라고 말했다.
현재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브룩스는 "전 세계 국가들이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내놓았고, 이제 우리는 그 결과를 마주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부채 과잉"이라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탈달러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보고서에서 "달러 매도에 대한 확신은 대체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사실상 헤지되지 않는 미국 자산의 노출을 줄이려는 의도와 미국 예외주의가 사라질 것이라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재정 우려가 커지면서 약한 투자심리가 더욱 심화했다고 강조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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