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중동發 위기 고조에도 왜 떨어질까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중동발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달러-원 환율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심화하는 가운데 위험 통화로 분류되는 원화가 이례적인 강세 흐름을 보이는 모습이다.
양국의 갈등이 워낙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이슈인 데다 원화 강세,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는 재료가 산적한 영향으로 평가된다.
국내 증시 강세 기대와 외국인 매수세,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 등이 살아있고, 미국의 약달러 선호 기대와 통화 완화 전망 등도 여전한 상황이다.
16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거래 종합(화면번호 211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이날 오후 1시 25분 현재 전장 대비 6.30원 밀린 1,363.30원에 거래됐다.
오전 중에는 한때 1,361.10원까지 떨어지며 1,360원선 하회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달러-원은 직전 거래일인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진 여파로 10.90원 뛰었는데 바로 하락세로 돌아서는 흐름이다.
중동 리스크로 글로벌 금융 시장이 위험 회피 분위기에 휩싸이는데도 원화가 뛰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현재처럼 이스라엘과 이란이 무력 충돌했던 지난해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에 달러-원은 3거래일 연속으로 10원 이상 상승한 바 있다.
사흘 동안의 상승 폭이 40원에 육박했는데 투자자들이 안전 통화인 달러화로 대거 몰려들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러-원 상승 흐름이 단 하루 나타나는 데 그치고 있다.
일단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역사적으로 오래된 변수라는 데서 하락 전환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양국은 이번 무력 충돌에 앞서 지난해 4월과 10월에도 격한 갈등을 빚었으며, 그 전에는 하마스, 헤즈볼라 등 이란의 지지를 받는 세력들을 통해 대리전을 벌여왔다.
아울러 미국은 최근 중동 지역 내 일부 대사관 인력과 미군 가족 철수를 결정한 바 있어 사전에 심상치 않은 조짐이 감지된 바 있다.
따라서 시장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지만 단기 이벤트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이런 시각은 리스크 발생에도 글로벌 증시가 크게 밀리지 않고 다시 반등하거나,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하는 현상을 통해서도 엿보인다.
신한은행은 한동안 중동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면서도 2023년과 2024년에도 양국의 대리전과 국지전을 계속 겪어왔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변수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거론되는 우려스러운 상황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이란의 핵 시설 제거를 위해 미군이 개입하는 경우다.
그러나 봉쇄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을 미국이 결코 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미 항모가 호르무즈 해협 내에 있는 점, 이란에도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점 등이 봉쇄 가능성을 낮게 보는 배경으로 꼽힌다.
또 기본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외 군사 분쟁에 직접 관여하는 것을 꺼리는 입장이므로 미국 개입 가능성도 희박한 게 현실이다.
이런 극단적 이벤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까닭에 달러화 강세도 일시적일 것이란 기대가 있다.
달러화 약세, 원화 강세를 예상케 하는 근거도 쌓여있는 상태다.
미국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인한 탈달러 현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완화 예상, 환율 협상을 통해 내심 달러화 절하를 바란다는 추측 등은 약달러를 기대하게 한다.
반면 미국이 아시아 통화 절상을 바랄 것이란 기대와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새 정부의 재정 부양책, 경기 회복 전망에 베팅하는 외국인 투자자 등은 원화를 강세로 이끌고 있다.
실제 이날 코스피 지수가 상승하는 가운데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규모는 2천억원에 그치고 있다. 6월 들어서만 4조원 넘게 사들인 점을 감안하면 작은 규모의 매도다.
따라서 이번 중동 분쟁이 달러-원 환율에 미칠 영향은 현재로서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다수이며 하락 흐름이 재개될 것이란 관측도 유효한 상황이다.
예상 밖 전개가 펼쳐지지 않는다면 달러-원 환율이 레벨을 꾸준히 낮출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당분간 안전 자산 선호에 따른 강달러 흐름이 유지될 수 있겠지만,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배제하면 점차 약달러 궤도에 안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민혁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도 "작년 사례를 감안했을 때 이번 이슈도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달러화, 달러-원 환율에 미칠 중장기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향후 중동 이슈가 단기에 끝나면 매크로 여건 측면에서 달러-원 하락 모멘텀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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