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씨티銀 김가현 FX세일즈 헤드 "환 헤지 전략에 정답은 없다"
기업들, 올해 들어 구조개선 체감하고 활용 고민하기 시작
하반기에 기업 책임자 대상 첫 세미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헤지 전략 프로그램을 만들어놓고 이를 통해 기계적으로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지만,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는 다른 방식을 고려하는 유연함을 추가하면 좋을 것 같다".
한국씨티은행 김가현 기업외환영업본부 본부장은 9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이 많이 흔들릴수록 오히려 미리 계획해둔 헤지 전략을 빠르게 실행해 현금 흐름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며 기업의 환 헤지 대응 전략에 대해 조언했다.
그는 "기업들의 환 헤지 전략에 정해진 답은 없다"면서도 "마진율이 낮고 환변동에 민감한 기업의 경우 헤지 비율을 높이는 것을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달러-원 환율은 작년 초만 해도 1,300원선 안팎의 흐름을 보였으나 이후 고공 행진하면서 올해 초에는 1,500원 가까운 수준까지 올랐다.
그러나 최근에는 탈달러 움직임 속에 몇 달 만에 다시 100원 이상 빠지는 급격한 변동성을 보임에 따라 기업들의 환 헤지 고민이 커졌다.
김 본부장은 "현물환 거래시간이 새벽 2시까지 연장됨에 따라 기업들이 환율 급변에도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거래시간 연장 초기에는 기업들의 반응이 미온적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변화를 체감하고 활용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신한은행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를 거쳐 2007년부터 한국씨티은행 지금시장그룹에서 근무를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자본 시장 업무를 시작했다.
중소기업, 대기업, 다국적 기업 세일즈를 거쳤고, 2018년부터 씨티은행 필리핀 지점에서 기업고객 대상 외환 및 금리파생상품 세일즈를 총괄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한국씨티은행 기업외환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김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외환시장 구조개선 이후 기업들의 대응이 달라진 부분은.
▲처음에는 반응이 좀 미지근했다. 올해 들어서는 달라진 부분이 구조개선을 인지하고 활용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아직 기업 수요가 활성화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정규장이 끝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는 것 자체가 굉장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거래시간이 연장되면서 글로벌 시장과의 연계성이 강화되었고, 은행도 기업도 이를 체감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한 환변동이 기업들의 헤지 전략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나.
▲환율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만큼 기업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환 헤지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선물환, 때로는 옵션상품까지 활용해서 헤지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이 예전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환 위험 헤지 정책을 수립해두고, 그 정책에 따라 일정한 원칙 안에서 꾸준히 헤지를 실행하고 있다는 점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시장 타이밍에 따라 일희일비하기보다 사전에 정해 놓은 헤지 비율이나 조건에 맞춰 헤지를 실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 현금흐름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모두가 성숙해진 느낌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100% 환 헤지부터 100% 환오픈까지 다양한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최고의 환 헤지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나.
▲환 헤지 전략에 있어 정해진 정답은 없다. 각 기업마다 여건, 노출구조, 회계정책, 현금흐름의 유형, 그리고 리스크에 대한 수용 한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100% 환 헤지시 환리스크는 최소화할 수 있지만 비용부담이 있고, 부분 헤지는 유연성을 확보하고 비용은 절감할 수 있지만 관리해야 할 리스크가 잔존해 있다. 자연 헤지는 비용은 없지만 구조적 한계가 있고, 환 오픈의 경우 환율의 방향에 따라 리스크가 커지는 투기성 우려도 있다. 마진율이 낮고 환변동에 민감한 기업의 경우는 헤지 비율을 높이는 것을, 마진이 높고 환차익에 뷰가 있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의 헤지 전략을 권장하곤 한다.
가끔 보게 되는 안타까운 부분은 헤지 전략을 세우고 리스크 수용 한계를 세팅하고 내부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환율이 움직이면 이를 무시하거나 또 일부 기업들의 경우, 기업주의 의중에 따라 갑자기 바뀌기도 한다는 점이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충격으로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는 미리 어떻게 대처할지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유연함을 추가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한국기업과 다국적기업의 환 헤지 전략의 차이가 있나.
▲전략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고 선물환, 옵션 등을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가장 큰 차이는 헤지의 의사결정과정과 시기에 있다. 다국적기업은 본사로의 배당, 로열티, 본지사간 대출 및 상환 등 본사와의 자금 이동에 대한 니즈가 중심인 반면 국내 대기업들 같은 경우 글로벌 매출, 원가 발생에 따른 환위험을 헤지하는 것이 중심이다.
다국적기업의 경우 본사 정책에 따라 정해진 룰 안에서 별다른 예외 없이 헤지를 빠르게 실행한다. 국내기업의 경우 정해진 정책 내에서 헤지를 수행하지만 본사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장 흐름을 반영하는 유연함도 있다. 다국적기업은 본사의 가이드라인이 허락하는 한 새로운 상품에 대해 더 열려 있어 공격적이지만, 국내기업은 과거 위기 경험이 많아 조금 더 보수적인 면이 있다.
--FX세일즈를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 한국 대기업의 경우 거래하는 다수의 은행들 중, 외화에 대한 환전은 어느 은행과 해도 환율 시장은 투명하고 수수료도 거의 대동소이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FX세일즈를 잘한다는 것은 거래 체결하는 것 이외에도 '밸류 애드(value add)'할 수 있는, 고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통해 다른 은행 대비 차별화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런 차별화를 통해 씨티은행과 거래하는 쪽으로 의사결정이 날 수 있고, 그렇게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가는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씨티만이 보유한 '밸류 애드'는.
▲ 씨티은행은 기업고객의 환리스크를 정확하게 산출하고 산출된 리스크를 분석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리스크 매니지먼트 솔루션'(RMS) 팀을 보유하고 있다.
또 분기에 한 번씩 세미나를 하는데 기존의 많은 세미나가 이론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반면 씨티는 이코노미스트의 통찰력을 더한 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요약, 그리고 실제 시장에서 유동성을 제공하는 트레이더들의 코멘트를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고.
▲씨티는 매년 주요 기업고객의 실무진들을 모시고 아시아의 금융 허브인 싱가포르에서 외환 교육 프로그램을 주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외환의 기본 개념부터 다양한 헤지 상품들을 실제로 활용하며 시뮬레이션으로 기업의 환 리스크를 직접 관리해보는 30년 전통의 플래그십 FX세미나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 하반기인 9월에는 기업의 외환 책임자 이상 매니저분들을 위한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본 세미나는 외부 강연자를 섭외해 수준 높은 인사이트 제공할 뿐만 아니라 책임자급의 네트워킹 자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씨티 필리핀 지점에서는 어떤 것들을 배웠나.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씨티은행 필리핀지점에서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지 금융시장에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해왔다. 특히 개발도상국인 필리핀에서는 외환당국과 중앙은행이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환경에서 씨티는 글로벌 금융환경에 대한 분석과 방향성을 공유하며 신뢰받는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정책이나 가이드라인 발표 전 당국으로부터 실무적 자문을 요청받는 경우도 있었고, 규제 도입 시에는 주요 기업들이 시장 해석과 대응 전략을 문의하며 씨티의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은 씨티가 단순히 금융기관을 넘어, 현지 시장과 국제 기준을 잇는 중추적인 가교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이 시기에 필리핀 지점의 기업고객 대상 외환 및 금리파생상품 세일즈를 총괄하며 비즈니스 확대와 전략 실행을 이끌어 현지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프로세스를 재정비하고, G10 통화뿐 아니라 신흥국 통화 기반의 장기 금리 구조화 거래 및 외환 거래를 통해 씨티의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그 당시 당국 및 고객사와의 협업에서 실질적 해답을 제시하며 신뢰 기반의 파트너십을 끌어낸 실무 경험은 향후 다른 시장에서도 유의미한 자산이 되고 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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