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에 들어온 달러-원…변동성 유발 요인은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370원대에 안착하면서 좁은 범위에서의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고조됐던 변동성이 잦아드는 모습이지만 일시적인 소강상태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미국의 관세 위협이 언제든 더 거세질 수 있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경로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도 대기하고 있어서다.
14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9일 4.30원의 변동폭을 보이는 데 그쳤다.
장중 고점과 저점의 차이가 4.30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지난 3월 말 이후 가장 작다.
지난 10일과 11일의 변동폭도 각각 5.50원과 7.00원으로 장중 움직임이 제한됐다. 달러-원 환율이 1,370원대에 갇혀있는 모습이다.
이 기간 미국이 브라질에 무려 40%포인트 높은 50%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고, 이웃 국가 캐나다에도 종전 대비 높은 35%의 상호 관세를 물리겠다고 했지만 달러-원 환율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통상 무역 긴장 고조는 위험 회피 심리와 강달러를 유발하는데도 이번에는 오히려 위험 자산인 주가가 뛰고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종전과는 다른 현상이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반복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장기간 노출되다 보니 내성이 생겼다는 평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말을 번복하고 과세 시점을 미루거나 관세율도 마음대로 정하는 등 워낙 제멋대로인 까닭에 최종적인 관세 협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중간 과정일 뿐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서울외환시장은 기준 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도 특별한 이벤트로 여기지 않았다.
오랜만에 펼쳐진 고요한 장세에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것이라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금통위 기자 회견 발언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러나 시장 참가자들은 이 총재의 말대로 변동성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언제든 예측 불허의 대외 변수로 '태풍의 눈'에서 벗어나면서 달러-원 환율이 요동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상황이다.
무뎌졌다고는 하지만 관세 소식에 여전히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과 한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관세 협상 소식이 주목을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나라에 어떤 내용을 담은 관세 서한을 또 보낼지도 관심사다.
관세 리스크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달러-원 환율 하단이 꽉 막혀 있을 것이란 일각의 평가에서 관세 이슈의 무게감이 엿보인다.
한 은행 딜러는 "관세 관련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따라 환율이 많이 오르내리고 있어 관세 이슈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 딜러도 "관세 이슈가 환율을 올려놨고 그밖에 다른 이슈는 없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또 이목을 모으는 것은 금리 인하 압박을 받는 연준의 정책 경로와 이를 가늠하게 해줄 경제 지표들이다.
가깝게는 오는 15일과 16일에 발표되는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변수다.
연준은 관세 정책과 그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을 금리 인하를 미루는 요인으로 거듭 꼽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가 안정적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관세 정책의 여파가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왔으므로 전 세계에 관세 폭탄을 퍼부은 4월 2일, 소위 '해방의 날' 이후 2개월 후인 6월에 물가가 어떻게 반응했을 것인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만약 고물가 조짐이 나타난다면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이 커져 달러화 강세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물가 압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될 경우에는 커지는 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달러화가 내리막을 걷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시장은 다소 안정적인 최근 흐름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면서 변동성을 키울 변수들을 예의주시할 전망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여름 이후 관세의 물가 영향이 있을 거라 했는데 과연 6월 물가에 반영될지 봐야 한다"며 "물가가 튀면 연준의 금리 인하가 어려워져 환율은 오를테고, 물가가 안정적이라면 9월 금리 인하 기대가 유지돼 환율이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물가 지표를 봐야 하고 제일 중요한 것은 관세 협상"이라며 "(관세 부과 시점이) 8월 1일로 연기됐지만 한 달 만에 협상을 완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한미 협상에서 무엇을 내줄지 시장도 정부도 고민스러운 부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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