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만에 1,380원대 재진입…'타코(TACO)' 기대 사그라들까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도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지 않았던 달러-원 환율이 재차 1,380원대에 진입하면서 서울외환시장에서 관세 리스크에 따른 영향이 다시 부각할지 주목된다.
15일 연합인포맥스 일별거래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14일 1,381.20원에 정규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달 23일 달러-원이 1,384.30원에 정규장을 마감한 이후 3주 만에 1,380원대를 본 것이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14일 한때 98.099까지 상승했다. 이는 지난달 25일 달러인덱스가 98대를 본 뒤 이후 약 3주 만이다.
그간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부과 예고에도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번복하며 상호관세를 낮출 가능성을 제기했고, 이에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 트레이드가 거론되면서 달러화가 받는 상승 압력도 제한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8월 1일부터 미국이 한국산 모든 제품에 25%의 단일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지난 8일, 달러-원 환율은 전일대비 0.10원 오른 1,367.90원에 정규장을 마감하며 미미한 변화를 보였다.
당시 은행권의 외환딜러들은 과거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리스크가 불거졌다면 달러-원 환율이 1,400원 이상으로 상승했겠지만, 지금은 계속 상단의 같은 레벨에서 막히는 모습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이 오는 8월 1일부터 유럽연합(EU)과 멕시코에 30%의 관세 부과를 통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달라졌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로젠버그리서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설립자는 "타코에서 TWIST(Trump Will Impose Severe Tariffs : 트럼프의 심각한 관세 부과)로 바뀔 수 있다"며 "관세가 올라도 기업 마진이나 소비 감소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에 안일함이 퍼져 있고 관세에 다소 둔감해져 있다"며 "시장이 고점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EU, 인도, 일본, 한국 중에서 적어도 하나는 8월 1일부터 본보기가 돼 관세 인상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14일 주간 보고서에서 "해외 분석기관들은 조정 관세율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예상보다 낮았던 점, 관세 발효가 연기된 점 등을 고려해 시장이 관세 위협을 무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면서도 "상당수 기관들은 관세 피로감이 상당하고, 불확실성이 여름 내내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이어 국금센터는 "일부 기관들은 시장이 동요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더욱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서울 외환시장의 참가자들은 여전히 '타코 트레이드'가 유효하다고 관측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처럼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의 해소가 우선돼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고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경제가 타격을 받아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한국에 실질적으로 부과될 관세율이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상호 관세율보다는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4일(현지시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유럽을 포함해 항상 대화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임환열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강경하게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최근 들어 대두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엄포를 놓는 것을 대외 협상용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발언들을 계속 쏟아내고, 실제로 관세 서한을 보내는 등 위협 수위를 높이다 보니 시장이 보기에 반신반의하는 심리가 생긴 것 같다"며 "이에 달러-원 환율도 슬금슬금 오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백 이코노미스트는 "아직까지는 기업들이 소비자 불만을 우려해 관세를 즉각 반영하지 못하고 관망하는 입장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며 "8월 1일까지 약 2주의 시간 동안 보수적인 관점에서 긴장감을 갖고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트럼프가 지금껏 발표한 관세율을 그대로 정착시킨다면 그 부담은 미국 소비자의 몫이 된다"며 "결국 트럼프는 지금보다 물러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향후 달러-원의 1,400원선 재돌파 여부에 대해서는 시장 참가자들의 전망이 엇갈렸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달러-원이 계속 오른다기보다는, 그간 달러 약세의 정도가 워낙 깊었기 때문에 되돌림이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며 "8월 1일까지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보니 시장이 이렇게 반응하는 것이며 1,400원까지는 무리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임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 달러가 약세를 보인 배경은 미국이 관세율을 인상할 경우 미국 소비 경기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시장이 약세 베팅을 강화했던 것"이라며 "만약 관세율이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만큼 높게 나타나지 않고, 주식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된다면 달러화 가치는 오를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러한 흐름에 달러인덱스도 연말에는 100대를 회복할 것 같고, 달러-원도 이에 맞춰 1,400원대를 다시 회복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jy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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