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로키 슈퍼스타'의 등장…헤지펀드 업계도 양극화
(뉴욕=연합인포맥스) 최근 미국 메타플랫폼스가 '초지능연구소'를 설립하며 경쟁업체로부터 인공지능(AI) 전문가를 빼 올 때 최대 1억달러의 보상 패키지를 지급한다고 알려지며 시장을 놀라게 한 바 있다. AI 엔지니어와 연구원의 몸값이 치솟는 것은 잘 알려졌지만 1억달러는 그것을 감안해도 눈이 튀어나올 정도의 액수이기 때문이다.
AI 산업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진 않지만, 그에 못지않게 인재 쟁탈에 엄청난 연봉 패키지가 오가는 산업이 있다. 뉴욕 월가의 헤지펀드 업계다.
헤지펀드 업계는 애초에 고연봉으로 유명한 직군이지만 근래 들어선 제시되는 단위가 달라졌다.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수천만달러에서 1억달러에 달하는 보상 패키지가 오가면서 '로키(low-key·눈에 덜 띄는) 슈퍼스타'가 조용히 늘어나는 산업이 되고 있다.
앞서 2월에는 미국 최고 '멀티 전략' 헤지펀드 중 하나인 밀레니엄매니지먼트가 메그네타캐피털의 헬스케어 분야 포트폴리오 매니저였던 크리스 프로카치니와 그의 팀을 영입하기 위해 1억달러 규모의 파격적인 보상 패키지를 제시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손꼽히는 프로카치니의 팀 전체를 데려오기 위해 밀레니엄 창립자 이지 잉글랜더가 직접 1억달러를 베팅한 것이다.
지난 5월에는 밀레니엄이 또 다른 대형 멀티 전략 헤지펀드 발야스니로부터 스티브 슈어 주식 부문 수석을 데려오기 위해 1억달러가 넘는 잠재 보상 패키지를 제시하기도 했다. 슈어는 발야스니에서도 이미 최고 5천만달러 수준의 성과 보상을 제안받았으나 밀레니엄은 그마저도 두 배 이상의 보상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같은 사례는 헤지펀드 업계에서 갈수록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부 최정상급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1억달러 이상의 '골든 헬로(golden hello·이적 보너스)' 패키지를 받거나 수년치 성과 보수의 선지급, 거액의 보장 보너스 약속 등의 대우를 받고 있다. 물론 이 중 상당수는 합의된 성과 이상을 냈을 때 그만큼 지급하겠다는 성과급 약속이지만 탑티어 매니저가 기본 연봉 수백만달러에 수천만달러 이상의 성과급 또는 계약 보너스를 받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 되고 있다.
포인트72의 창립자 스티브 코헨은 "야구처럼 훌륭한 인재를 두고 경쟁하는 회사들이 많다"며 "훌륭한 인재에겐 큰 대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헨은 미국 드라마 '빌리언즈' 주인공의 실존 모델이다.
수천만달러를 제시하는 쟁탈전은 헤지펀드 업계에서도 '멀티 전략' 운용사에 집중되고 있다. 헤지펀드에도 행동주의 전략, 퀀트 전략 등 다양한 전략이 있지만 최근 몇 년간 시타델이나 포인트72, 밀레니엄, 발야스니 등 멀티 전략이 가장 탁월한 성과를 내면서 이곳으로 자본이 쏠리고 그만큼 과격한 보상 패키지도 가능하게 됐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미국의 5대 멀티 전략 헤지펀드의 직원 수는 2019년 6천명에서 현재 1만5천명 수준까지 급증했다. 멀티 전략 업계에 몰린 자금은 시장 포지션의 명목가치 기준으로 이 기간 거의 3배나 늘어나며 1조6천억달러가 됐다.
멀티 전략 헤지펀드들이 과격한 패키지를 제시할 수 있는 것은 그 부담을 사실상 투자자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멀티 전략 헤지펀드의 보수와 기술 관련 운영비는 운용자산의 6.2%에 달하며 좋은 성과를 냈을 때 받는 수수료는 별도다. 지난해 총 '패스 스루(pass through)' 수수료는 상위 펀드 자산의 최대 8%에 달했다. 이는 헤지펀드가 전통적으로 부과했던 2%의 운용 수수료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멀티 전략이 눈에 띄는 수익을 내기 때문에 자금을 뭉텅이로 맡기고 있다. 사실상 예산이 무한한 상태에서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2023년 후반부터 해당 업계의 운용자산(AUM)이 신기록을 계속 경신하면서 수수료도 늘어났고 그만큼 실탄이 두둑해진 면도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헤지펀드들은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이후 최고의 평균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 대해 낙관하는 정도는 작년 초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편으로는 소수의 상위 멀티전략 헤지펀드, 일명 팟샵(pod shop)이 막강한 자본력으로 인재를 빨아들이면서 헤지펀드 업계에서도 연봉이 양극화하는 현상도 짙어지고 있다.
큰 손들에 최상급 매니저를 뺏긴 중소형 헤지펀드는 무리해서라도 그만큼 높은 보상안을 제시하거나 그저 그런 인력으로 꾸려나갈 수밖에 없게 된다. 신생 운용사는 인력은 물론 자금 유치도 어려워지면서 경쟁에서 갈수록 밀리게 된다.
금융서비스업체 IG는 "대형 멀티전략 펀드들의 쟁탈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소규모 헤지펀드"라며 "그들은 가장 크고 성공적인 회사들이 제공하는 보상에 필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매우 큰 플랫폼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위험 관리 시스템이나 데이터 인텔리전스 같은 자원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업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초고액을 주고 데려온 인력들이 그만큼 '밥값'을 하는지 회의적인 시각도 상당하다.
헤지펀드 채용 회사 IDW그룹의 일라나 와인스타인 최고경영자는 이처럼 제안받은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이전보다 몇 배나 높은 연봉을 받을 만큼의 투자 수익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런 제안은 궁극적으로 수익률 하락을 초래할 것이고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 짚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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