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 이미 폐지됐는데…조작 스캔들 촉발한 트레이더, 10년만에 무죄
  • 일시 : 2025-07-24 10:01:04
  • '리보' 이미 폐지됐는데…조작 스캔들 촉발한 트레이더, 10년만에 무죄

    2015년 유죄 판결 후 5년반 복역…英 대법원 "배심원단 오도로 공정성 훼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을 한동안 뒤흔든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 Libor) 조작' 스캔들이 촉발되는 과정에서 중심에 서 있던 트레이더가 10년 만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리보는 이미 폐지된 상태라 금융당국의 무리한 조사와 법원의 잘못된 판결이 금융시장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 대법원은 리보 조작 사건으로 최초로 수감된 인물인 톰 헤이즈에 대한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헤이즈의 상고를 만장일치로 받아들여 2015년 그가 리보 조작 혐의로 받은 사기 공모 8건의 유죄 판결을 파기했다. 영국 중대사기수사청(SFO)은 성명을 통해 대법원의 판결을 인정하면서 "재심을 청구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스타 트레이더로 유명했던 헤이즈는 UBS에서 일하던 2012년 관련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리보 조작을 대표하는 인물로 널리 알려졌다. 2015년 14년형을 선고받은 그는 이후 항소를 통해 11년형으로 감형됐고, 5년 반을 복역한 뒤 2021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대법원은 이날 바클레이즈 출신의 카를로 팔롬보에 대한 유죄 판결도 파기했다. 팔롬보는 유리보(유럽 은행간 금리, Euribor) 조작 혐의로 2019년 4년형을 선고받은 뒤 2021년 감옥을 나왔다.

    두 사람은 글로벌 금융위기 위기 이후 은행들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달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정상적인 상거래 관행으로 인해 부당하게 기소됐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과거 배심원단이 은행들이 리보 같은 벤치마크 금리 산출을 위해 금리를 제출할 때 상업적 고려를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정확하지 않은 지침을 받아 오도됐으며, 이 점이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리보가 대표 격이었던 은행간 금리는 주요 대형 은행들이 만기별로 금리를 제출하면 상위와 하위 일정 비율을 제외하고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리보는 한때 400조달러에 달하는 금융계약이 연계될 정도로 글로벌 영향력이 컸다.

    하지만 조작 스캔들이 터지면서 리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자 각국은 금융당국의 주도 하에 시장에서 실제 거래되는 금리 중심으로 대안 금리를 개발하게 됐다. 리보는 2021년 말부터 단계적 폐지에 들어갔고, 2023년 여름 공표가 종료됐다.

    유죄 판결로 이혼까지 겪은 헤이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 일은 내 가족을 파괴했고, (나는) 아들의 어린 시절 대부분을 놓쳤다"면서 "오랫동안 나는 국제적 도망자였다. 나는 이제 내 인생을 살아갈 수 있고, 적어도 시도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보수당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의원은 사법 시스템에 대대적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이러한 희생양 만들기는 은행과 정부 기관 간 공모의 결과로 발생했다"고 질타했다.

    s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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