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실적분석] 4대 지주 순익 10조 '최대 이익' 어디서 나왔나
금리·환율 하락에 각종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 급증
가계대출 막히자 기업대출·방카 등으로 수익 메워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사상 첫 10조원을 돌파했다. 시장금리 인하와 가계대출 규제 속에서도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동시에 불어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금리와 환율 하락으로 외환·파생과 유가증권 거래 실적이 늘어나면서 이익이 급증한 데다 퇴직연금, 방카슈랑스 판매수수료와 증권 중개수수료 등이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렸다.
4대 금융그룹이 상반기에 벌어들인 이자 이익만 21조원, 비이자이익은 7조원이 넘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내 금융권의 '이자놀이' 비판 이후 금융권만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금융당국은 역대급 실적이 공개된 직후인 28일 전 업권 협회장을 긴급 소집해 투자 확대 등 관련 대책을 논의한다.
◇ KB·신한 '3조 클럽'…증시 뛰자 2분기 실적 더 좋아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0조3천254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10.5%(9천798억원) 증가했다.
KB·신한·하나금융은 올해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KB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3조4천357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3.8%나 증가하며 초격차 우위를 굳혔다. 신한금융은 전년 동기보다 10.6% 증가한 3조374억원, 하나금융은 11.2% 증가한 2조3천1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2위인 신한금융과 순이익 격차를 벌리면서 올해 상반기에도 금융지주 순이익 1위 자리를 지켰다.
우리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5천51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6% 감소했는데, 명예퇴직 비용 등 일회성 비용과 디지털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가 실적에 반영된 영향이었다. 다만, 2분기만 보면 작년 2분기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인 9천346억원의 순익을 냈다.
작년 7월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p) 인하했지만, 금융 그룹들의 수익성은 감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반기 이자 이익으로만 지난해보다 1.4% 증가한 21조924억원을 벌었다.
은행의 저비용성 예금이 증가하고 자금 조달 감축 덕을 봤다는 것이 금융지주들의 설명이다. KB금융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6조3천687억원으로 4대금융 중 규모가 가장 컸고, 신한금융(5조7천188억원)과 우리금융(4조5천138억원), 하나금융(4조4천911억원)의 이자이익은 1년 전보다 1.4%, 2.7%, 2.5%씩 늘었다.
사상 최대 순익을 견인한 건 비이자이익 덕이 컸다.
4대 금융의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7조2천12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2% 불어났다.
KB금융은 비이자이익으로만 전년 동기보다 10.9% 증가한 2조7천233억원을 벌어들였다. 금리 및 환율 하락으로 유가증권, 파생, 외화환산 및 보험금융손익이 77.8%나 급증한 1조3천492억원에 달했고, 방카슈랑스 수수료수익도 38.1%나 불어났다. 특히 2분기에는 순수수료이익이 분기 기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하나금융(1조3천982억원)이 작년보다 10.9%, 10.0%씩 급증하면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비이자이익 중 매매평가이익은 유가증권 및 외환 파생 관련 트레이딩 실적이 증대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8.1% 증가했다.
신한금융도 투자금융수수료와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관련 이익 중심으로 2조2천44억원의 비이자수익을 올렸고, 우리금융(8천863억원) 역시 외환·파생과 유가증권 부문 이익이 각각 32.6%, 38.4% 늘었다.
◇국민·신한·하나 리딩뱅크 각축전…NIM 사수
최대 계열사인 은행 간 경쟁에선 신한은행이 올 상반기 2조2천668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리딩뱅크'를 수성했다. 2위 KB국민은행과의 격차는 약 792억원이다.
하나은행도 전년동기대비 19.1% 증가한 2조851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2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신한은행은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이자이익 증가폭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우위를 점했다. 신한은행의 상반기 비이자부분 이익은 6천73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5.7%나 뛰었다. 투자금융수수료와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 관련 손익이 각각 69.6%, 71.2%씩 급증한 게 주효했다.
국민은행과 달리 튼튼한 해외사업으로 올 상반기 베트남과 일본을 중심으로 손익이 10% 이상 증가한 것도 격차를 벌리는 데 영향을 줬다.
다만, 2분기만 놓고보면 국민은행이 1조1천6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신한은행(1조1천387억원)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하나은행(1조922억원)까지 3개 은행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5천513억원으로 전년보다 11.6% 감소했지만, 2분기 순이익이 9346억원으로,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은행들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등으로 가계대출을 늘려 이익을 내는 게 사실상 제한되자 우량 기업대출이나 각종 수수료 수익 등으로 돈벌이를 찾는 모습이다. 또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해 조달비용을 낮추는 식으로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
정영석 하나은행 CFO는 "상반기 기업대출은 우량대기업을 중심으로 5조3천억원을 늘렸고 하반기에는 월 1조원씩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상대적으로 고금리 조달이었던 대고객 CD 비중이 7조 원 이상 감축하고 핵심 저금리예금을 늘리면서 비용 효율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빈 신한은행 CFO는 "하반기에는 적극적으로 기업대출 시장에서 자산성장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또 기관 고객, 유동성 관리를 통해 조달비용을 감축해 마진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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