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승호 하나銀 팀장 "WGBI 역외 물량도 잡겠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외환시장 선진화, 국고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계기로 그동안 글로벌 수탁은행과 투자은행(IB)이 독식해 온 해외투자자들의 원화자산 수요를 유치하고자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곳이 있다.
바로 하나은행으로, 그 중심에는 자금시장운용부 산하 글로벌상품운용팀이 있다.
국내 은행에서는 보기 드문 이자율, 통화스와프 데스크, FX스와프 데스크, PD(상품채권) 데스크를 한곳에 모은 팀이다.
해당 팀을 중심으로 하나은행은 서울 외환시장의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장한 해외 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 중 11곳과 업무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5월 말에는 내년 4월 WGBI 편입을 앞두고 국내 금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인 유로클리어를 통해 해외 투자자와 300억원 규모의 국고채 매매에도 성공했다.
RFI로 등록된 런던지점은 올해 비거주자 경상거래가 허용된 이후 영국 현지업체를 시작으로 경상거래를 늘려나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중심지 런던에서도 '원화 자산 전문' 플레이어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팀을 총괄하고 있는 이승호 팀장은 "데스크의 경계를 허물었다"면서 "시장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딜러들이 다양한 상품을 취급할 수 있고, 근시안이 아닌 원근법적으로 시장을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종합적인 통찰력을 갖춘 딜러를 육성하겠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2002년 옛 외환은행에 입사했으며, 입사 후 15년 동안 옵션과 FX스팟, 스와프를 모두 다루며 FX딜러로서의 전문성을 쌓았다.
2017년에는 런던지점에서 차액결제선물환(NDF) 등을 다뤘고, 지난해에는 하나은행이 런던 자금센터의 규모를 키우고 인력을 대거 확충함에 따라 지점장을 맡아 조직을 새로 꾸리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물에 대한 가격을 체크할 때 그것이 채권이든, 주식이든, 환이든 원화 관련 상품이라면 유수의 IB뿐만 아니라 하나은행도 같이 체크해야 하는 그룹에 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 WGBI 편입 후 역외 투자자 공략…RFI 업무대행 계약 15곳으로 늘어날 듯
WGBI 편입으로 국고채를 비롯한 한국 채권에 역외 투자 규모가 70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이 팀장은 전망했다.
그는 "급증하는 한국 채권 투자 수요에 대응해 원화채권 수요가 있는 다양한 역외 투자자들을 발굴하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원화 채권을 매매하고 환헤지가 필요한 투자자들에게 FX스와프, 통화스와프 등 파생상품 거래를 동시에 제공하는 올인원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데스크들이 모여 팀을 이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이자율스와프(IRS)와 통화스와프(CRS)를 담당하는 스와프데스크에 딜러 3명, FX스와프 데스크에 3명, PD 데스크에 3명, 그리고 팀장까지 모두 10명으로 팀을 꾸렸다.
이 팀장은 최근 외국인 동향에 대해 "2분기 국고채 매수세가 가팔랐던 것과 달리 지금은 통화정책 기대 심리가 바뀌면서 조금 둔화하기는 했지만, 찾는 채권의 유형도 많이 달라질 것 같다"면서 "아울러 헤지 수요가 적은 편이라고 느꼈는데 최근에는 환헤지나 환율이 정체되는 것에도 관심을 보이는 등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이해가 깊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상품운용팀은 올해 처음 만들어졌지만 외환시장에 RFI가 등록을 시작하고 국내 주요 은행이 업무대행 은행을 담당하면서 이미 지난해부터 RFI 영업에 공을 들였다.
상반기까지 11곳의 RFI와 계약을 맺었으며, 올해 하반기에 3~4곳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팀장은 업무 대행을 통한 수수료 수입 뿐만 아니라 "RFI와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면 자금 흐름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물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큰 그림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역외 투자자들이 거래할 때 외국계은행에 의존하게 되면서 나타나는 정보의 비대칭성도 일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RFI 등록 금융기관은 모두 52곳이다. 11곳이 국내금융기관 해외지점인 점을 고려하면 하나은행의 대행계약 점유율은 30%에 가까운 수준이다.
RFI가 50곳이 넘지만, 시장에 참가하는 기관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 팀장은 "RFI 숫자를 더 늘리는 것보다 활성화가 중요하다"면서 "실제 거래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더 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런던지점과 연계해 해외 투자자 영업…"가장 좋은 유동성 제공"
하나은행은 외환시장 구조개선 이후 1년간 FX거래량을 집계한 리그테이블에서 현물환과 스왑 모두 1위를 차지했다. FX플랫폼 사업도 점유율이 85% 정도로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최상의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셈이다.
이 밖에도 이 팀장은 국내은행 중에서는 가장 많은 전 세계 30여개국에 글로벌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특히 런던지점 딜링룸에는 유럽 투자자들을 물색하기 위한 세일즈 인력도 함께 파견했다.
이 팀장은 "현지 영업 기반을 구축해보자는 취지로 진출했고, 많은 노력 끝에 실제로 외국 업체에 영업하고 그 채널을 뚫어서 지금은 FX 거래를 중심으로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RFI의 비거주자 경상거래가 허용된 이후 영국 현지업체 뿐만 아니라 주변 유럽의 독일이나 폴란드 현지 기업에 대한 영업에 성공했으며, 경상거래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런던지점 RFI는 거래실적을 기준으로 평가한 선도 RFI에도 선정됐다. 국내은행 대부분이 본점 북(book)을 사용해 FX거래를 하는 것과 달리 하나은행은 런던 현지 북을 사용한다.
하나은행은 올해 한국파생상품학회로부터 올해의 파생상품하우스로 선정되기도 했다.
새로운 무위험지표금리인 KOFR(한국무위험지표금리) 조기 정착과 시장 활성화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팀장은 파생상품과 관련해 환헤지 방법으로 통화스왑 뿐만 아니라 차익결제(ND) 방식의 원화 IRS 시장에서 역할을 강화할 계획도 밝혔다.
전통적으로 원화 IRS 시장은 역외 물량의 경우 외은 국내지점 위주로 처리돼 왔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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