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환-마감] 한미 협상 타결보다 매파 FOMC…3.90원↑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달러-원 환율이 기대 이상의 미국 경제 지표와 매파적으로 평가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반영해 상승했다.
개장 전 한국과 미국의 무역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하락 압력은 제한됐다.
3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전장 대비 3.90원 상승한 1,387.00원에 정규장 거래를 마쳤다.
달러-원은 전장 대비 6.90원 높은 1,390.00원으로 출발한 이후 오름폭을 확대했다.
오전 한때 1,397.30원까지 치솟으며 1,400원선에 바짝 다가섰지만 고점을 찍고 꾸준히 상승폭을 줄여 1,380원 후반대에서 장을 끝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후퇴한 데 따른 달러화 강세 흐름이 달러-원을 밀어 올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날 이틀간의 FOMC 회의 이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 매파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9월 금리 인하설'에 대해 "아직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사전에 결정하지도 않는다"고 일축했고, 관세발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어떻게 진행될지 완전히 이해하려면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또 현재 기준 금리에 대해 '완만하게(modestly)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하며, 현재 연준의 정책 기조가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예상대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 목표범위를 4.25~4.50%로 동결한 가운데 미셸 보먼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지만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았다.
마침 미국의 고용 및 성장 관련 지표도 호조를 보여 금리 인하 기대는 후퇴했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기준으로 전분기 대비 3.0% 증가했는데 전망치인 2.4%를 크게 웃돈 결과다.
7월 민간 고용은 전달보다 10만4천명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7만8천명)를 상회하는 수치다.
이에 연준이 오는 9월에도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했고 강달러 추이를 반영해 달러-원은 상승 곡선을 그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연준이 9월에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57%로 보고 가격에 반영했다.
한미 양국의 무역 합의는 달러-원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율을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했다면서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가 3천500억달러(약 487조원)라고 밝혔다.
또 한국이 1천억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고 무역을 완전히 개방할 것이라고 전했다.
상당 기간 이어진 불확실성이 협상 타결로 해소됐는데도 달러-원은 강달러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상승했다.
일본, 유럽연합(EU)의 합의 사례를 통해 대략적인 합의 결과가 예상된 데다 기대했던 수준이라는 인식에 하방 압력이 제한됐다.
세부적인 협상 내용을 봤을 때 원화 강세를 유발할 정도의 결과는 아니라는 평가도 하락세를 약화했다.
오히려 달러-원은 우리 협상단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환율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소식에 치솟았다가, 재무 당국 간 별도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기획재정부의 설명에 오름폭을 줄였다.
다만, 오후 들어서는 하방 압력이 커져 장중 고점 대비로는 10원 넘게 상승폭이 축소됐다.
1,400원에 가까워진 데 따른 레벨 부담과 당국 경계감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월말 네고 물량과 외국인 주식 매수세도 하방 압력을 가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3천억원어치 이상 순매수했다. 7거래일째 이어진 매수 행진이다. 7월 순매수 규모는 6조2천억원 이상이다.
외국인들은 통화선물시장에서 달러선물을 9천계약가량 순매수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화를 절하 고시했다. 달러-위안 거래 기준환율은 전장 대비 0.0053위안(0.07%) 높은 7.1494위안에 고시됐다.
◇ 다음 거래일 전망
외환 딜러들은 대형 이벤트 소화 이후 방향성을 탐색하는 분위기다.
한 은행 딜러는 "큰 달러화 하락 추세가 꺾였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당분간 위를 봐야 할 것"이라며 "9월에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그널이 훨씬 더 명확해질 텐데 당분간은 원화 강세 재료가 부족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1,400원선을 뚫고 위로 올라가기는 쉽지 않겠으나 1,400원 돌파를 시도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면서 미국 증시도 호조를 보여 달러화 수요가 꾸준하다고 평가했다.
다른 은행 딜러는 "글로벌 달러화 트렌드가 관건인데 월말이 지나고 내일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도 본 뒤 방향성을 잡게 될 것 같다"며 "미국 경제 지표가 나쁘게 나오면 달러화 약세에 베팅하겠지만 일단 파월 의장이 9월 금리 인하 여지를 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료들이 뚜렷하지 않아 다음 모멘텀을 찾을 때까지는 1,380~1,400원 레인지에서 횡보할 것 같다"며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 물량을 수주한 것을 봤을 때 팔아야 할 달러화도 많아 보인다. 코스피도 좋아 매수 베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장중 동향
달러-원 환율은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달러-원 1개월물이 상승한 가운데 전날 대비 6.90원 높은 1,390.00원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장중 고점은 1,397.30원, 저점은 1,385.60원으로 장중 변동 폭은 11.70원을 기록했다.
시장 평균환율(MAR)은 1,390.40원에 고시될 예정이다.
현물환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 양사를 합쳐 121억1천800만달러로 집계됐다.
코스피는 전일대비 0.28% 하락한 3,245.44에, 코스닥은 0.20% 오른 805.24에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천44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고, 코스닥에서는 27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서울외환시장 마감 무렵 달러-엔 환율은 148.74엔, 엔-원 재정환율은 100엔당 933.01원이었다.
유로-달러 환율은 1.14477달러, 달러 인덱스는 99.591을 나타냈다.
역외 달러-위안(CNH) 환율은 7.1985위안이었다.
위안-원 직거래 환율은 1위안당 192.54원에 마감했다. 저점은 192.52원, 고점은 194.04원이었다.
거래량은 한국자금중개와 서울외국환중개를 합쳐 284억9천만위안이었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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