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5월 이후 첫 '빅피겨' 1,400원 상회…배경과 전망은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1,400원대에 올라섰다.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후퇴한 데 따른 강달러 흐름이 주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1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거래 종합(화면번호 2110)에 따르면 달러-원은 이날 오전 10시 21분 무렵 전장 대비 13.00원 높은 1,400원에 거래됐다.
지난 5월 19일 이후 처음으로 마주한 1,400원대다.
이후 달러-원은 1,40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원은 이날 오후 2시 20분 현재 전장 대비 14.20원 오른 1,401.20원을 기록했다.
장중 고점은 오후 2시 7분에 기록한 1,401.70원이다.
◇ 미뤄지는 금리 인하와 강달러…달러 인덱스 100 돌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지고 있다는 인식에 글로벌 달러화가 뛰고 있고 이는 달러-원에 상승 압력을 가했다.
최근 잇달아 나온 미국 경제 지표들은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근거가 되고 있다.
전날 발표된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6% 상승했고, 근원 PCE 물가지수도 2.8% 올라 연준의 물가 목표치인 2%를 웃돌았다.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1만8천건으로 예상에 못 미쳐 고용 시장이 탄탄한 상황임을 보여줬다.
앞서 나온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3.0% 증가해 시장 전망치인 2.4%를 웃돌았고, 7월 민간 고용도 전달보다 10만4천명 늘어나며 예상을 상회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고용 시장은 탄탄하고 경제 성장세도 견조한 상황임을 시사한다.
이에 시장은 오는 9월 연준이 금리 인하보다는 동결로 의견을 모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58.7%로 보고 가격에 반영했다.
인하 가능성은 41.3%로 동결 확률을 더 높게 보는 상황이다.
약 1개월 전만 해도 금리 동결 가능성은 불과 5.3%, 금리가 25~50bp 낮아질 가능성은 94.7%로 추산했으나 이제는 동결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이 같은 상황 변화에 달러 인덱스는 지난 5월 말 이후 처음으로 100을 뚫고 올라가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달러-원 상승도 견인했다.
◇ 외인 주식 매도세…무역 우려 해소에도 원화 강세 제한적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주식 매도 전환도 달러-원 상승을 부추겼다.
지난달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무려 6조2천670억원어치 사들였다.
23거래일 중 나흘을 제외하고 매수에 나섰으며 최근에는 7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외국인은 8월 첫날인 이날 코스피 급락과 함께 순매도로 돌아섰다.
순매도 규모가 6천억원 이상으로 달러-원 상승 시도에 힘을 실어줬다.
한편, 한미 무역 협상이 25% 관세 부과일 직전에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원화 강세에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
앞서 일본, 유럽연합(EU)의 사례를 통해 예상했던 범위 내의 결과인 데다 막대한 규모의 투자 약속으로 달러화 수요만 확인했을 뿐 원화 강세를 유도할 여지를 찾기 어려운 결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일(현지시간) 우리는 관세를 15%로 10%포인트 낮추는 대신 3천500억달러(약 488조원) 규모의 투자, 1천억달러(약 139조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약속했다.
우리보다 먼저 미국과 합의안을 마련한 일본과 EU 역시 통화 약세를 경험하고 있다.
엔화와 유로화도 달러화에 꾸준히 하락해 달러-엔 환율은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150엔 위로 올라섰고, 유로-달러 환율은 1.14달러까지 미끄러졌다.
◇ 일단 추가 상승은 제한적…美 고용지표 주시
달러-원이 약 10주 만에 1,400원대로 레벨을 높였지만 당장 오름폭을 크게 넓히기에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400원이라는 '빅피겨'가 주는 부담감에다 당국 경계감, 이월 네고 물량의 출회 등이 상단을 제한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달러-원은 상단에서 무거운 흐름을 보이며 횡보하고 있다.
다만, 급격한 하락 전환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평가된다.
계속되는 강달러 흐름 속에 이를 거스르고 원화만 강세로 돌아설 강력한 명분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날 아시아 거래에서 엔화나 유로화뿐 아니라 위안화, 대만달러화 등 아시아 통화들도 달러화에 하락하며 전방위적인 달러화 대비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발표되는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 등을 확인하고 향후 방향을 점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비농업 부문 고용이 11만명 늘고 실업률은 4.2%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저녁 발표되는 고용지표는 FOMC 직후에 나오는 핵심 지표라는 점에서 시장 주목도가 높다"며 "비농업 고용이 올해 평균치인 13만명을 하회할 경우 중장기 고용 둔화 추세는 유지되는 것으로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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