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그래서 파월은 '실업률'을 강조했던 걸까
  • 일시 : 2025-08-04 08:36:33
  • [뉴욕은 지금] 그래서 파월은 '실업률'을 강조했던 걸까



    (뉴욕=연합인포맥스) 7월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 보고서가 낳은 충격으로 시장 참가자들도 머리가 복잡해졌다. 지난 몇 달간 고용 수치가 '뻥튀기'됐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된 만큼 노동시장이 실제 얼마나 안 좋은지, 자산별로 어떤 영향인지, 금리인하 속도는 어떻게 될 것인지 등등 다시 따져봐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5월과 6월의 신규 고용 수치가 도합 25만8천명이나 하향 조정되면서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안 좋다는 소식에 금리인하 기대감은 빠르게 치솟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지난 1일 마감 무렵 9월에 기준금리가 25bp 인하될 확률을 80%로 반영했다. 장 중 86%까지 치솟았으나 마감 무렵 일부는 되돌림됐다.

    고용이 '이 지경으로' 나온 이상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금리인하를 피하긴 어렵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럴수록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최근 발언은 더욱 의미를 곱씹게 만든다. 파월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유독 '실업률'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파월은 당시 회견에서 7월 고용지표에 대한 질문에 "지금 당신이 주목해야 할 핵심 지표는 실업률"이라며 "이상하게도 고용 창출이 낮아지는 1년 동안 실업률은 매우 낮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용 증가율이 둔화했더라도 고용시장 균형 지표인 '균형 고용 성장률'도 비슷한 속도로 낮아졌다면 그건 고용시장은 균형 있게 유지되고 있는 셈"이라며 "노동 수요 감소로 고용 증가세가 둔화하는 와중에도 이민 정책의 여파로 노동 공급도 줄면서 '균형'이 유지돼 왔다"고 설명했다.

    7월 신규 고용이 감소하고 5월과 6월 수치가 대거 하향 조정되는 와중에도 미국 실업률 자체는 평정을 유지했다. 7월 실업률은 4.2%였으며 6월은 4.1%, 5월도 4.2%였다. 7월 실업률은 지난 3개월간 거의 변화가 없었고 1년 전과 비교해도 같은 수준이다.

    파월이 실업률에 가장 중점을 둔다면 이전 고용치의 대폭 하향 조정에도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못 느낄 수 있게 된다. 변화하지 않은 수치를 근거로 금리인하를 단행하면 그것 또한 연준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파월이 그간 공개 발언에서 언제나 '실업률'을 가장 중시했던 것은 아니다. 올해 이전 FOMC 회의들에서나 7월 초 유럽중앙은행(ECB)의 신트라 포럼, 4월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콘퍼런스 등에서도 파월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오를 위험은 언급했으나 7월 회의 때처럼 "당신이 봐야 할 주요 숫자는 실업률"이라고 콕 집어서 얘기한 적은 없었다.

    그런 만큼 7월 비농업 고용의 발표를 앞두고 파월이 유독 실업률을 강조한 것은 공교롭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실업률에 중점을 둔 FOMC 위원이라면 신규 고용 수치가 하향 조정된들 금리인하 압박에 대응할 논거를 확보한 셈이기 때문이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 겸 금융감독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7월 FOMC 회의에서 금리인하를 주장하면서 고용 악화를 얘기했으나 실업률이 아닌 고용 수치를 언급한 점도 파월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월러는 7월 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진 배경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고용 시장이 괜찮아 보이지만 예상되는 데이터 수정치를 고려하면 민간 부문 고용 증가는 정체 속도에 가깝고 다른 데이터는 시장에 대한 하방 위험이 증가했음을 시사한다"며 "현재 수준으로 고용시장의 갑작스러운 하락 위험을 감수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보먼 또한 "고용시장이 취약한 조짐을 보이는 만큼 고용 목표에 대한 위험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할 때"라며 "수요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기업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해고를 단행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고 고용시장 여건 변화로 인력 재고용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용지표의 어디에 주안점을 둘지 연준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일단 다른 연준 인사들은 파월의 의견에 동조하는 모습이다.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주말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고용시장을 견고하다고 평가하냐는 질문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데이터를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는 점"이라며 "실업률이 4.2%로 1년 전과 거의 비슷하고 채용 공고, 자발적 퇴사율, 실업수당 청구건수, '구직이 얼마나 어려운지'와 '채용이 얼마나 어려운지' 묻는 설문조사 등은 여전히 노동시장이 견고하다는 것을 가리킨다"고 답했다.

    윌리엄스는 5월과 6월 고용치가 대폭 감소했음에도 노동시장이 견고하냐고 묻자 "민간 부문 고용은 여전히 월평균 5만명 이상 증가하고 있지만 속도는 느려졌다. 이것은 수급 상황이 둔화하고 있다는 중요한 정보이고 올해 상반기 경제 전반의 수요 증가도 둔화했다"면서도 "고용시장의 레벨과 흐름을 구분해서 봐야 하는데 고용시장이 견고한가를 질문이라면 답은 여전히 '그렇다'이다"라고 말했다.

    래피얼 보스틱 미국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7월 비농업 고용보고서가 나온 뒤 공개 발언에서 "고용시장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게 됐다"면서도 7월 FOMC 회의 전에 이를 알고 있었다면 판단이 달라졌을지 묻자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베스 해맥 미국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7월 고용보고서를 두고 "개별 보고서 하나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며 "확실히 실망스러운 보고서였으나 우리가 가장 신뢰하는 지표인 실업률의 주요 수치는 지난 1년 동안 유지돼 온 4.1~4.2% 범위 안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7월 보고서는 "단지 1건에 불과하다"며 "전체적으로 실업률은 4.1~4.2% 범위에 머물러 있는데, 이 수치는 지난 1년 내내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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