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원화 절상 이끌까…'불확실성 해소 vs 수출 우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한국과 미국 간 관세 협상이 전격 타결된 가운데 향후 원화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5일 시장 참가자들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이 양국 간 무역 불확실성을 완화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지만, 향후 이행 과정에서 조정 여부 등에 따라 실제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라는 하방 리스크를 제거해 원화 절상 요인이 될 수 있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수출 및 성장을 제한해 원화 절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불확실성 해소…원화에 단기적 절상 압력
지난 4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우리 기업의 단기적 수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은 지난달 30일 '마스가(MASGA)'로 명명한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3천500억달러 투자 계획을 제시하며 미국의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췄다.
한국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1천억달러(139조원) 규모도 3년 반에 걸쳐 수입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모건스탠리는 "이번 무역 합의는 하방 리스크를 확실히 제거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면서 "최근 경기 부양책에 따라 한국은행은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은행은 "투자 금액이 표면적으로는 미국에 우호적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투자·에너지 구매·비관세 이슈들은 한국에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수출업체들 역시 불확실성 해소에 무게를 두며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통해 불확실성이 줄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달 중순 발표가 예상되는 반도체 및 반도체 파생상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등 적절한 조치를 통해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미국의 법적 근거다.
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도 "이번 협상 결과가 수출에 전혀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달러-원 환율은 연내 저점을 이미 형성한 것으로 판단되며, 연말에는 1,400원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단기적으로는 달러 약세 흐름과 한미 무역 협상이 구체화하면서 원화가 절상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중에는 1,300원 중후반대에서 등락하는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1,400원대에 안착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여전히 높은 관세율…수출 부진 시 원화 절하 가능성
품목 관세를 더 내리지 못한 점은 이번 관세 협상의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한국은 25%의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로 낮췄다. 협상 과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고려해 일본·유럽연합(EU)보다 2.5% 더 낮은 12.5%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미국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본 15% 아래로 인하하지는 못했다.
철강의 경우 주요국에 매긴 50% 관세가 한국에도 적용됐다.
이달 중순께 발표될 반도체 품목 관세의 경우 한국은 협상을 통해 '최혜국 대우'를 확보했지만, 국내 반도체는 대미 직접 수출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실질적인 효과는 적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ING는 "한국 수출은 하반기 중 회복할 전망이나, 이는 대부분 AI 관련 수출에 국한돼있으며 추세적인 회복세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가격 민감도가 높은 품목이 많고, 대미 수출 의존도도 높아 전반적인 한국 수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수출이 부진할 경우 원화 절하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나은행은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결과는 "달러에 힘을 실어주는 국면"이라고 봤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한국은 주요국과 같은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으나, 대규모 투자 및 자동차 관세 등 우리 경제 부담 요인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원화 약세를 자극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그간 시장을 지배했던 관세 불확실성은 일단락됐으나, 한미 FTA로 그동안 제로(0) 수준이었던 관세율이 올해부터 새로 발생한 부분은 한국 수출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문정희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작년 5월 0.2%에서 올해 5월 12.3%로 11.1%포인트(p)나 급등했다"며 "우리나라의 올해 7월 수출액이 전년대비 5.9% 증가하며 역대 7월 중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상호 관세가 발효되는 8월부터는 수출이 둔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수출은 국내 경제성장과 외환 수급 여건에 영향을 미치며, 수출 부진으로 성장이 둔화하거나 달러 공급이 감소할 경우 원화 약세가 자극될 가능성이 있다"고 문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jy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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