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서울환시…고요함 깨트릴 변수는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김지연 기자 = 달러-원 환율이 모처럼 만에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며 1,380원대에 안착했다.
한미 무역 협상과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굵직한 이벤트와 미국 주요 경제 지표를 소화한 이후 뚜렷한 방향성 재료가 부재한 가운데 대체로 횡보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변동성을 키울 변수들이 여전히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시장 참가자들도 긴장을 늦추지는 않는 분위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적 구성 변화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가능성 등이 레인지 이탈을 유발할 변수로 꼽힌다.
7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전날 달러-원 환율은 전장 대비 1.20원 오른 1,389.50원에 정규장을 마쳤다.
지난 5일 3.10원 상승한 이어 이틀째 소폭 오르는 데 그치며 1,380원 후반대에 자리를 잡았다.
전일 대비 움직임이 작을 뿐만 아니라 장중 움직임도 제한적이다.
전날 달러-원 환율은 4.40원의 장중 변동폭을 기록했는데 한 달여 만의 최저치다. 장중 작은 범위에서 움직이는 데 그쳤다는 얘기다.
제한된 움직임 속에 지난 4일부터 사흘째 달러-원 환율이 1,380원대에 갇힌 흐름이다.
여름 휴가철을 맞은 가운데 당장 방향성 베팅에 나설 만한 재료도 없어 정체된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 인덱스도 98 레벨에서만 오르내리고 있어 달러-원 환율에 방향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

◇연준 구성원 변화·美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촉각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언제든 급격한 움직임을 촉발할 요인들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비둘기파' 성향이 짙어질 연준 고위급 인선은 주된 관심사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기 사임한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의 후임자를 금주 내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차기 연준 의장 후보를 네 명으로 압축했다고 전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누가 의장이 되든 조속한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인하 속도나 폭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선 결과와 그에 따라 좌우될 금리 인하 기대감은 달러-원 급락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 경제가 고물가 속 저성장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도 변수다.
최근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미국의 7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에서 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조짐이 관찰됐는데 이는 연준의 정책 결정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오는 12일 미국 노동부가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하는데 시장은 이를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와의 휴전을 요구하며 제시한 기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8일을 휴전 시한으로 제시하면서 러시아 및 러시아의 교역국에까지 관세 폭탄을 던지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3국 정상 간 회담이 추진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한다는 이유로 인도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해 도합 50% 관세를 물리기로 했고, 중국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간 휴전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는데 미국의 강한 압박 속에 이번에는 휴전이 성사될지 지켜볼 일이다.
만약 이런 노력에도 당사국들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에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위험 회피 심리에 따라 달러-원 환율이 뛸 가능성이 있다.
오는 11일 만료되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 휴전은 90일 더 연장되는 방향이지만 끝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할 변수다.

◇TGA 잔고·위안화 동향도 변수
이 외에 주목해야 할 재료로 미국 재무부의 재무일반계좌(TGA) 잔고 확대가 꼽힌다. 원화 강세 폭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이주원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확대에 미 국채 금리 상방 압력이 완화하고, 달러 가치도 하락 추세를 재개할 공산이 크다"면서 "다만, 미 재무부가 TGA 잔고를 재축적하는 과정에서 시중 유동성이 일부 흡수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유동성 약화에 위험선호 심리가 훼손될 경우 달러 수요가 지지를 받으면서 달러-원의 하락이 제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위안화 동향도 달러-원 환율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재정 적자 문제가 달러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그 다음으로 중국 변수를 크게 보고 있다"며 "최근 중국 위안화와 원화의 환율 연동성이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부장은 "위안화와 달러-원의 방향성을 보려면 중국의 거시경제 외환 수급을 함께 보조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안정적인 장세 속에서도 여러 변수를 저울질해보면서 변동성 확대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굵직한 지표들이 거의 다 나왔고 재료가 많지 않은 가운데 달러 인덱스도 크게 움직이지 않아 달러-원도 방향성을 잡고 움직이기 어렵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차기 연준 의장 지명 이슈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케빈 해싯 위원장,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차기 의장으로 지명될 경우 시장 기대보다 금리 인하 폭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물가보다 성장에 포커스를 맞추는 케빈 해싯 위원장이 지명될 경우에는 시장의 금리 인하 프라이싱이 더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은행의 외환 딜러는 "이번 주는 휴가 기간이기도 하고 애매한 한 주"라면서 "다음 주 CPI를 확인하고 방향성을 잡을 것이다. 낮게 나오면 환율이 아래로 향하겠지만 너무 높게 나오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인한 위험 회피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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