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의 글로브] 파월의 마지막 잭슨홀 미팅
(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와이오밍주 휴양지인 잭슨홀(Jackson Hole)에서는 매년 8월 빅 이벤트가 열린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하는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Jackson Hole Economic Policy Symposium), 일명 잭슨홀 미팅이다.
지난 1978년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처음 개최된 이 행사는 원래는 농업을 주제로 열렸다. 이후 콜로라도주 베일과 덴버에서도 개최되다가 1982년부터 잭슨홀에서 열리게 된다.
이 해 심포지엄 주제는 통화정책으로 확장됐는데 당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였던 로저 거피가 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를 초대하고, 볼커가 이를 수락하면서 심포지엄은 큰 전환기를 맞게 된다. 낚시광인 볼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주최 측이 송어 낚시로 유명한 잭슨홀로 장소를 옮겼다는 후문이다. 이후 연준 관계자들과 전 세계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하기 시작했다.
1989년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1990년대 통화정책 이슈'란 주제로 발언한 것을 계기로 연준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공식적인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금융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던 회의는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점차 시장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특히 시장 반응이 컸던 해는 2010년으로, 벤 버냉키 의장이 2차 양적완화(QE2)를 시사해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그는 "필요하다면 비전통적인 조치들을 동원해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펼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고 그해 11월 QE2를 단행했다. 이후 잭슨홀 미팅은 전 세계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 이벤트로 부상했다.
연준뿐만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도 2014년 잭슨홀 미팅에서 "인플레이션 하락을 잡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실제로 ECB는 이듬해 1월 양적완화 도입을 결정했다. 전 세계 통화정책 방향을 알기 위해서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벤트가 된 셈이다.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도 잭슨홀 미팅에서 시장을 뒤흔든 전례가 있다. 지난 2020년에는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2%를 하회한 경우 이후 일정 기간 2%를 적당히 넘는 것을 허용하는 '유연한 형태의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한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응 시기를 놓친 계기가 됐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후 금리 인상으로 선회한 파월은 2022년 잭슨홀 미팅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경제에 어느 정도 '고통'이 있더라도 긴축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고, 그 충격에 당일 뉴욕증시 3대 주가지수는 3% 이상 급락했다.
올해 잭슨홀 미팅은 8월21일부터 23일(현지시간)까지 '고용시장의 변화: 인구, 생산성 그리고 거시경제 정책'이란 주제로 열린다. 파월은 22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11시)에 '경제전망과 프레임워크 재검토'란 주제로 발언할 예정이다.
올해는 내년 5월 연준 의장 임기가 끝나는 파월의 마지막 잭슨홀 미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 이사로서의 임기가 2028년까지 별도로 남아있지만 의장 임기가 끝나면 관례대로 이사직에서도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파월의 잭슨홀 발언을 둔 전문가들의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분분하다. 7월 고용 쇼크에 무게를 두는 쪽은 파월이 금리 인하를 시사할 것으로 보고 있고, 서비스·생산자 물가 급등을 주시하는 쪽은 별다른 메시지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고 있다.
경제 전문지 배런스는 "이번 잭슨홀 미팅은 파월이 자신의 업적(legacy)을 공고히 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옹호할 마지막이자 가장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고용 둔화라는 상충된 상황, 트럼프의 노골적인 금리 인하 압박과 연준의 분열 속에서 파월이 과연 어떤 메시지를 보낼지 전 세계가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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