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상황"…'경제 청사진' 발표하면서 반성문 쓴 정부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서 8페이지 할애해 경제상황 진단
"재정지출 증가 대부분 의무지출에 사용돼 재정의 적극적 역할 부족"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정부가 앞으로 5년간 경제정책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상당한 분량을 비관적인 경제 진단에 할애해 눈길을 끈다.
우리 경제를 떠받칠 주력 산업을 찾기 어려운 절박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의무지출 비중이 높아 재정의 적극적 역할도 제약하고 있다는 반성도 내놨다.
정부는 22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책자에서 상당 분량을 한국 경제의 실상을 분석하는 데 할애했다.
성장동력 약화, 성장영역 축소, 성장유인 저하, 성장기반 약화 등 4개 챕터로 8페이지에 걸쳐 한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정부가 경제정책 청사진을 발표하면서 경제 상황부터 진단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그간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공개된 경제정책방향에는 전임 정부의 경제정책 실책을 지적하는 차원에서 신랄한 비판이 들어가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방향 격인 경제성장전략에서 당장 눈에 띄는 것은 경제 진단 분량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는 3페이지 정도로 경제 진단이 짧게 실렸다.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도 더욱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이전 정부에서도 경제 상황을 '위기'로 규정했지만, '절박한 상황', '비상 상황' 같은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
정부는 현재 한국 경제에 대해 "선도경제 전환을 서두르지 않으면 지금까지 이룬 것조차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우리 경제를 떠받칠 산업을 찾기 어려운 절박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성장 측면에서는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투자 위축, 생산성 정체로 잠재성장률이 급락하고 있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10년대 3%대였던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1%대 후반, 2030년 1%대 초중반, 2040년대 0%대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실제 경제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사상 처음으로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4개 분기 연속 0%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연간 성장률도 0%대에 그칠 전망이다.
한국은행과 KDI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제시한 데 이어 정부도 이번 경제성장전략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0.9%로 하향 조정했다.
디지털 전환(DX)에는 성공했지만 인공지능 전환(AX)과 녹색 전환(GX)이 지연되는 가운데 중국에 기술을 추월당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또 "미국 관세로 세계 무역 질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비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구조적으로는 양극화 심화로 지방과 중소벤처기업, 서민층이 성장 기회·과실에서 소외되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 2분기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5.7%로 1년 전보다 0.9%포인트(p) 하락했다.
올해 1분기 기준 1분위(하위 20%) 소득은 114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 줄었다. 취약차주 연체율은 2022년 7.2%에서 지난해 9.9%로 상승했다.
재정 분야에서는 총지출이 억제되는 가운데 재정지출 증가 대부분이 의무지출에 사용돼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의무지출은 2023년 340조3천억원, 지난해 347조4천억원, 올해 365조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평균 의무지출 증가율은 8.2%에 달한다.
재량지출은 선택과 집중 부족으로 저생산성·저성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전임 윤석열 정부의 과도한 감세로 세입 기반도 크게 훼손되면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저하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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