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삼의 법칙' 발동 1년…왜 오작동했나
  • 일시 : 2025-09-01 09:27:13
  • [뉴욕은 지금] '삼의 법칙' 발동 1년…왜 오작동했나



    (뉴욕=연합인포맥스) 지난해 8월 월가는 이른바 '삼의 법칙'이 발동됐다는 소식에 한동안 난리였다. 7월 미국 비농업 고용지표에서 실업률이 뛰자 삼의 법칙의 요건이 갖춰졌는데 실제 침체가 다가오는지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이다.

    삼의 법칙은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선 12개월 중 기록했던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미국 경기가 침체에 접어들었다는 이론이다. 작년 7월 미국 실업률이 4.3%까지 오르면서 해당 수치는 0.53%포인트를 기록해 삼의 법칙이 발동됐다.

    하지만 지난 1년 사이 해당 수치가 금세 내려가면서 삼의 법칙에 대한 논란은 쏙 들어갔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연방준비경제데이터(FRED)에 따르면 실시간 삼의 법칙 수치는 7월 실업률 기준으로 0.10%포인트까지 내려왔다. 작년 8월 0.57%포인트에서 고점을 찍은 뒤 줄곧 내리막길이다.

    [출처 :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사실 1년 전 삼의 법칙이 발동됐을 때 이를 고안한 클라우디아 삼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코노미스트조차 이번에는 경기침체를 가리키는 게 아닐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삼은 당시 "이번엔 경기침체를 가리키는 게 아니다"라며 "최근 실업률 증가는 (경기침체기의) 기업의 인력 수요가 줄면서 생긴 '나쁜 실업'이 아니라 노동시장 복귀, 이민자 유입에 따른 실업률 증가로 과거 경기침체기 채용이 줄면서 급등했던 실업과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삼의 법칙이 이번엔 빗나간 이유에 대해 지난 1년간 다양한 분석들이 나왔다. 대부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년이 지나면서 경제지표가 과거보다 들쭉날쭉해졌고 고용시장과 이민자 유입 속도가 이전보다 더 뜨거워졌다는 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이 최근 내놓은 '노동시장 스트레스 지표(LMSI)'는 그중에서도 새롭고 눈길이 가는 분석이다.

    LMSI는 간단하게 말해서 미국이 주(州) 단위로 적용되는 삼의 법칙이다. 미국 50개 주와 워싱턴 D.C. 전역의 실업 패턴을 주 단위 실업보험 청구 건수로 파악한다. 삼의 법칙이 미국 전역의 통합 실업률을 기준으로 경기침체를 가늠했다면 LMSI는 주 단위로 삼의 법칙을 적용한 뒤 통계적으로 판단해 경기침체를 더 잘 가늠할 수 있다고 본다.

    샌프란 연은 연구진은 "실업률을 고려할 때 지리적 요인은 매우 중요하다"며 "국가 단위의 경제 지표 평균치는 지역별로 존재하는 중요한 차이를 가려버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LMSI는 경제적 스트레스의 지리적 범위를 포착해 국지적 침체와 전국적 침체를 구분할 수 있다"며 "각 주의 경제 구조와 정책 차이에 따라 노동시장 상황이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는 일자리가 여러 주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때 자기강화적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경기 약세가 특정 지역에 국한된다면 상대적으로 건강한 지역이 취약 지역의 어려움을 상쇄함으로써 전국적인 경기 위축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구진은 "LMSI는 현대 미국 경제사에서 경기침체와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며 "전국적으로 30개 이상의 주가 동시에 실업률 가속 상승을 경험할 때 미국 경제는 예외 없이 경기침체에 있었다"고 말했다. 실업률 가속 상승은 삼의 법칙 메커니즘처럼 실업률이 직전 12개월 저점 대비 최소 0.5%포인트 이상 상승한 상황을 가리킨다.

    연구진은 또 과거 경기침체기에는 미국 노동력의 약 75%가 실업률 가속 상승을 겪는 주에 거주했다. ▲30개 이상의 주가 동시에 실업률 가속 상승을 겪는지 ▲노동력의 약 75%가 실업률 가속 상승을 겪는 주에 있는지를 함께 고려하면 경기침체 진입 여부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샌프란 연은에 따르면 이같은 기준으로 봤을 때 1년 전 삼의 법칙은 발동됐지만 경기침체에 진입했다고 볼 수 없다.

    연구진은 "2024년 7월은 LMSI의 가치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라며 "삼의 규칙이 경기침체 신호를 보냈지만 실제 침체가 없었던 것은 실업 압박을 겪는 주의 수뿐만 아니라 해당 주에 거주하는 노동력의 비중도 함께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령 LMSI 기준으로는 해당 시점에 실업률 가속 상승을 동시에 겪는 주의 수가 침체 기준선인 30개 주를 살짝 넘겼다가 한 달 만에 급락했다.

    [출처 :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또한 2024년 7월에는 전체 노동력의 약 70%가 실업률 가속 상승을 겪는 주에 거주했다. 이는 샌프란 연은의 경기침체 가늠자인 75%에는 약간 못 미친다.

    [출처 :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연구진은 "이와 대조적으로 1980년 이후 모든 경기침체기에는 LMSI와 실업 압박을 받는 노동력 비중이 빠르게 상승한 뒤 몇 달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짚었다. 작년 7월의 단기적이고 국지적인 충격은 과거 경기침체와 달랐고 그렇기 때문에 삼의 법칙이 오작동했다는 것이다.

    올해 6월 기준으로는 미국에서 워싱턴 D.C.만 실업률 가속 상승을 보인 바 있다. 이는 전체 미국 노동력의 약 0.2%에 불과해 75% 기준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샌프란 연은은 삼의 법칙을 보완하기 위해 LMSI를 활용하면 경기침체 확률을 추정하는 통계 모델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모델은 과거 모든 경기침체기에 최소 40% 이상의 확률을 부여했으며 확장 국면에서는 보통 10% 이하를 나타냈다.

    최신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모델은 현재 경기침체 확률을 단 5%로 제시하고 있어 현재는 확장 국면에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연구진은 "따라서 2024년 7월 신호는 지속적 경기침체의 시작이 아니라 일시적 요인에 따른 반영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의 법칙이 지난해에는 분명히 오작동했다는 의미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