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나홀로 언더퍼폼…"핫머니 이탈·구조적 수급 원인"
  • 일시 : 2025-09-02 08:45:01
  • 원화, 나홀로 언더퍼폼…"핫머니 이탈·구조적 수급 원인"



    2025.8.29 eastsea@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지난 8월 이후 원화 약세가 특히 두드러진 가운데, 이는 구조적인 수급 변화와 맞물린 '핫머니'(Hot money·투기성 단기 자금) 이탈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일 연합인포맥스 통화별 등락률 비교(화면번호 2116)에 따르면 원화는 지난 8월 한 달간 달러 대비 0.11% 절하됐다.

    같은 기간 엔화와 중국 위안화(CNH)는 각각 0.26%, 1.00% 절상됐다. 유로화와 파운드화도 0.87%, 1.67% 절상되며 원화와 달리 강세를 보였다.

    연합인포맥스


    시장 참가자들은 원화만 유독 '언더퍼폼'(시장 수익률 하회)된 분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원화가 최근 들어 압도적인 약세를 보였다"며 "달러-원이 '더 투자해야 한다'는 시장의 판단에 상승했다기보다는, 일방적으로 '핫머니'가 많이 빠져나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달러를 사는 세력 중 외국인이 많다. 결제 수요도 있지만, 외국인들이 주식을 정리하고 나가는 시점으로 환율이 장중에 많이 튀는 모습"이라면서 "장중에 오더가 대량으로 쏟아지면서 왜곡이 발생했다"고 부연했다.

    단기적인 플로우 외 구조적 요인도 원화 강세의 발목을 잡는다.

    특히 국내 증시 강세를 이끌 재료가 부족하다는 점이 원화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8월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천120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세제 개편 등 국내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실망감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기대가 약화한 탓이다.

    여기에 한국 기업들이 1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점도 달러 수요를 유발하는 잠재적 요인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6월 대선 이후 원화에 호재로 작용했던 재료들이 7~8월에 빠르게 소멸됐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국내 경기는 여전히 건설을 중심으로 부진해 원화의 추세적 강세를 자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8월 1~20일 기간 무역흑자(달러 공급)는 8억3천만달러 규모에 그친 반면, 같은 기간 해외로 유출된 증시 자금(달러 수요)은 7억8천만달러에 달했다"면서 "통계로 집계되지 않은 직접투자 부문 자금까지 고려하면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순유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도 "국내 기업 다수는 외화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은행에 예치하는 관행을 유지 중"이라며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은 막대한 달러 실수요를 촉발해, 이는 국내 외환시장으로의 달러 유입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8월 들어 내국인의 미국 주식시장 선호 현상이 다시 확대되면서 해외투자 실수요 환전 수요가 늘었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에 미 국채 매수세가 확대되면서 원화 약세가 심화했다고 봤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이후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는 글로벌 달러 약세와 연동돼 환율이 하락했지만, 역내(서울 환시)에서는 전날 NDF 종가 대비 상승하는 흐름이 이어졌다"며 "해외투자 기반 실수요와 수입업체 결제 수요 등 국내 수급이 환율 하단을 강하게 지지 중"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시장의 투기적 움직임은 차츰 진정되는 분위기다.

    최근 달러-원 통화옵션 리스크리버설(R/R) 1·2개월물 지표는 상승(콜 우위) 베팅에서 0에 근접한 등가로 수렴하는 양상이다.

    대신에 구조적인 수급 변화와 외국인 주식자금 환헤지 수요 등이 향후 환율 상승의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민 이코노미스트는 "구조적인 수급 매커니즘 변화가 완전히 정착하면서 역내 달러 실수요가 증가해 환율 상승 압력 빈도가 잦아지는 국면"이라며 "9월 달러-원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을 관망하며 글로벌 달러 약세를 쫓아 하락했다가, 분기말까지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y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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