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외환 자유화와 MSCI 선진지수 편입
  • 일시 : 2025-09-02 08:56:20
  • [현장칼럼] 외환 자유화와 MSCI 선진지수 편입



    (서울=연합인포맥스) "외환 자유화를 하면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될 수 있고 좋지만, 안 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의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이다. 완전한 자본 자유화 상태라면 MCSI 선진국지수 편입 문턱은 낮아지겠지만, 우리나라는 경제 및 금융산업에 전반의 파급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외환 자유화만으로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면, 결국 우회로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과제가 된다.

    MSCI는 우리나라의 '역외 외환시장 부재'를 접근성 평가의 핵심 제약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10위권 경제 규모임에도 원화를 역외에서 인도 가능한(deliverable) 현물로 자유롭게 결제하기 어렵다.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자산에 투자할 때 원화를 해외에서 직접 조달할 수 없고, 차액결제선물환(NDF)에 의존한다. 이는 거래비용, 중개선택 제한을 통해 최선 집행을 저해하고, 접근성 평가를 떨어뜨린다.

    그렇다고 전면적 자본 자유화나 원화 국제화로 곧장 나아가기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지난 1년 넘게 외환시장 구조개선을 추진하면서 의미 있는 제도적 진전을 이뤘다. 거래 시간을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연장했고, 외국 금융기관(RFI)의 온쇼어 시장 직접 참여도 허용됐다.

    연내에는 당일 원화 외환 동시결제시스템(CLS)이 가능해질 예정이며, RFI의 자본 거래뿐 아니라 경상거래도 허용되면서 해외에서의 원화 비즈니스도 가능해졌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탁은행을 통하지 않고도 제3자를 통한 환전도 가능해지는 등 특히 결제나 환전을 둘러싼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편 사항을 하나둘 개선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는 단계적 개선일뿐 역외 인도 가능한(deliverabl) 원화시장 부재라는 구조적 제약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중국의 역외 위안화(CNH) 모델이다.

    중국은 2010년 이후 홍콩을 중심으로 CNH시장을 조성해 위안화 역외거래를 제도화하고 점차 국제화를 확대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CNH는 중국 본토의 CNY와는 별도의 역외 위안화로 홍콩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허브에서 자유롭게 거래·결제된다. 역외 투자자의 수요를 수용하면서도 본토와의 자본이동을 관리해 두 시장을 병행하는 시스템이다.

    위안화에 대한 국제적 수요를 흡수하는 한편 자본통제와 금융안정이라는 내부 목표도 일정 부분 유지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CNH 시장에서도 관리 비용은 존재한다. 역외 위안화가 과도하게 약세로 흐르거나 투기적 숏포지션이 쌓일 경우 중국 당국은 홍콩 내 유동성을 흡수해 CNH 단기금리(hibor)를 급등시키는 방식으로 시장을 조절해왔다.

    지난 2015년 이후 위안화 절하 국면에서 하루 금리가 60~70%까지 치솟은 적도 있다. 이는 역외시장의 투기적 흐름을 억제하는 효과를 줬지만, 동시에 유동성 경색과 시장 왜곡이라는 부작용을 남겼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달리 이미 상당 부분 개방된 자본계정을 갖추고 있고, 글로벌 금융시스템과의 연계성도 크다. 대외 개방도가 높고, 경기나 환율 변동성의 전이 속도도 빠르다. 금리나 환율, 자본흐름이 한 번에 요동칠 때 정책대응 여지가 빠르게 소진된 가능성이 있다.

    이창용 총재가 "원화 또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활성화시 외환관리의 충돌을 어떻게 풀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환 자유화가 MSCI 편입에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부작용을 고려한 절충 설계 없이는 충격 흡수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우리나라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경로는 무엇일까.

    전면적인 자유화를 택하는 대신 국제적 사용성을 키우는 관리형 개방, 관리된 역외허브를 마련하는 것이다. 결제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고 조건부 규제 완화와 충격 흡수 장치 강화 등이 병행돼야 한다.

    MSCI 편입은 결과이지 목표가 아니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가져올 효과로는 글로벌 패시브 자금 유입이 가장 먼저 나온다. 인덱스 추종 자금은 편입국가의 비중만큼 자동적으로 투자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계적인 수급이다.

    액티브 자금이 뒤따르면 기업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확대, 정책 신뢰 제고 등이 선행돼야 한다. 최근 코스피가 정체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런 구조적인 요인이 반영된 결과다.

    다른 나라의 사례로 볼 때 단순히 선진국지수로 편입된다고 시장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도 알 수 있다. 이스라엘은 2010년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며 초기에 자금유입 효과가 있었지만, 시장 규모와 유동성 한계로 추가 프리미엄을 유지하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선진국지수에 편입된 국가 가운데 통화가 국제화되지 않은 대표적 사례다. 다만 '자유 태환성과 역외거래 가능성'은 갖추고 있다.

    정부가 준비 중인 로드맵은 이러한 국제적 사례와 한국 시장의 구조적인 한계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인도 가능한' 원화시장 부재를 어떤 방식으로 보완할지, 자본 자유화 수준과 금융안정 사이에서 어떤 절충점을 찾느냐가 핵심이다. (경제부 시장팀 정선미 기자)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2025.9.1 ksm7976@yna.co.kr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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