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우의 외환분석] 정처 없는 발걸음

(서울=연합인포맥스) 4일 달러-원 환율은 소폭의 하락세로 출발할 전망이다.
간밤 유럽 주요국의 국채 금리 급등세가 진정되면서 유로화와 파운드화도 반등해 달러화는 하락 압력을 받았다.
전날 한때 98.6을 넘어섰던 달러 인덱스가 98 초반대로 레벨을 낮춰 달러-원도 아래를 향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상하단이 워낙 단단하고 방향성 베팅을 유도할 뚜렷한 재료가 없어 좁은 레인지 안에서 정처없는 흐름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전날 정규장 거래량은 81억달러 수준으로 3개월여 만에 가장 적었는데 시장 참가자들의 거래 의지 상실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스권 장세의 장기화에 시장 심리도 갇혀 있는 모습이다.
물론 당장 달러-원이 레인지 안에서 조금 더 하락할 발판은 마련됐다.
간밤 발표된 미국 고용 지표가 기대에 못 미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서다.
미 노동부가 내놓은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7월 구인 건수는 718만1천건인데 작년 9월 이후 가장 적고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수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연준이 이달 금리를 25bp 인하할 가능성을 96.6%로 보고 가격에 반영했다. 동결 가능성은 3.4%로 추산됐다.
금리 인하를 확신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리를 50bp 인하하는 '빅컷' 기대를 키우거나 인하에 제동을 걸만한 상황이 펼쳐져야 달러-원도 현재 레인지를 벗어날 수 있다.
게다가 달러-원에 가해지는 상방 압력도 여전한 분위기다.
프랑스와 일본의 정국 불안은 현재 진행형이며 탈출구를 향하나 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사그라지지 않아 언제든 안전 통화인 달러화가 오르막을 걸을 수 있는 상황이다.
과감하게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환경인 탓에 달러-원도 시원하게 내려가지도, 반대로 올라가지도 못하는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수급 측면에서도 상하방 압력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1,380원대로 떨어지면 저가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고, 1,400원선에 가까워지면 당국 경계감 속에 네고 물량이 쏟아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균형을 깨트릴 변수는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동향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2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수한 외국인이 계속해서 '사자'에 나선다면 달러-원도 하방에 무게감이 실릴 수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개장 전 7월 국제수지를 발표한다.
야간에는 미국 경제 지표들이 잇달아 나온다.
8월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 전미 고용보고서와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고용 상황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는 재료다.
7월 무역수지와 공급관리협회(ISM),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발표하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통해서는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 경기 동향을 점검할 수 있다.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 후보가 상원의 인준 청문회에 출석하고,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연설에 나선다. 연준의 향후 정책 경로를 판단해 볼 수 있는 이벤트다.
달러-원은 이날 오전 2시에 끝난 야간 거래에서 정규장 종가 대비 2.60원 하락한 1,389.70원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이날 1,387.90원(MID)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2.55원)를 고려하면 전장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392.30원) 대비 1.85원 하락한 셈이다. (경제부 시장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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