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공룡' 기재부 다시 재경부로…예산 떼어내고 국내 금융정책 흡수
18년만에 '재경부-예산처' 체제로…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은 재경부
예산 없는 재경부 정책조정 어려울듯…국내외 금융정책 일관성 기대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경제·재정정책을 총괄하는 '공룡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18년 만에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체제로 돌아간다.
예산 기능을 분리해 국무총리 소속 기획예산처로 넘기고, 재정경제부는 금융위원회가 맡아온 국내 금융정책을 흡수해 기재부의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다.
이 같은 개편안이 확정되자 기재부 내부에선 인사 적체 해소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재정경제부가 예산 편성권 없이 여러 경제부처의 정책을 총괄·조정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18년만에 둘로 쪼개지는 기재부…'왕 노릇' 비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7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실제 기재부가 분리되는 시기는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심사 일정을 고려해 내년 1월 2일로 정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기재부의 예산 편성과 재정쟁책·관리 기능을 국무총리 소속 기획예산처로 넘기는 것이다.
경제정책 총괄·조정, 세제, 국고, 국제금융, 공공기관 관리 등과 금융위에서 넘겨받은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합쳐 재정경제부가 기존 기재부 역할을 대체하게 된다.
재정경제부 장관은 기존 기재부 장관처럼 경제부총리를 겸임한다.
현재 기재부의 모태는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탄생한 재무부와 기획처다.
이후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기획처가 부흥부를 거쳐 경제기획원으로 바뀌었고 김영삼 정부 시기인 1994년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을 통합한 재정경제원이 신설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재정경제원이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위원회, 예산청으로 쪼개졌다.
1999년에는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을 통합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기획예산처를 신설해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체제가 처음 등장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합쳐 기재부를 신설하고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분리해 금융위로 이관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에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체제가 부활하면서 기재부가 탄생한 이후 18년 만에 두 부처는 다시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이처럼 정부 수립 이후 경제·예산 관련 정부조직이 여러 차례 개편된 것은 정권마다 정책 효율성과 권한 분산 중 역점을 두는 가치가 달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공룡 부처'인 기재부를 만들면서 예산과 경제정책 기능을 통합해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대로 이재명 정부에서는 기재부가 예산 편성부터 세제, 경제정책 수립까지 모든 권한을 쥐고 있다 보니 부처의 '왕 노릇'을 해왔고, 기능을 분리해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가 힘을 얻었다.
기재부 개편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예산 없는' 재경부,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 우려
조직의 분리를 지켜만 봐야 하는 기재부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먼저 기재부 내부에서는 예산 편성권을 빼앗긴 상황에서 재정경제부가 다른 경제부처의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기재부의 한 관료는 "현재 기재부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경제부처 간 정책 조정"이라며 "예산이란 강력한 수단이 있기 때문에 정책 조정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7월 발간한 '경제부처 조직개편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체제에서는 예산권이 뒷받침되지 않은 제정경제부의 정책 조정 기능이 저하됐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예산 기능을 분리할 때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기술의 등장으로 정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정책 컨트롤타워의 조정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기재부가 두 부처로 나눠지면 인사 적체 문제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현재 기재부 체제에선 차관 2명과 1급 7명으로 조직이 운영됐지만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될 경우 두 부처를 합친 1급 이상 고위직 숫자가 현재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당장 2008년 기재부 통합 직전 차관 수는 재정경제부 2명, 기획예산처 1명 등 총 3명이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중앙부처 중에서도 기재부의 인사 적체가 가장 심각하다 보니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조직 분리 이후 인사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고 귀띔했다.
정책 측면에선 국내·국제 금융정책 간 시너지가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국제 금융정책이 재정경제부로 일원화되면서 외환시장 선진화 등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경제·외환정책의 조율이 이전보다 쉬워질 것이란 관측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예산 기능 분리에 가려져 있지만 이번 조직개편에서 재정경제부가 국내 금융정책을 다시 가져오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금융시장 선진화 등을 위해서는 국내·국제 금융정책을 한 부처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정부조직 개편방안' 브리핑에서 "국내 금융과 국제 금융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금융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금융위의 국내 금융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겠다"고 설명했다.
wchoi@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