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장 "3천500억弗 펀드 협상 교착…외환시장 미칠 충격 고려해야"
"자동차 관세차이 좁히겠다고 서둘러 합의할 순 없어"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에 약속한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펀드와 관련, 외환시장에 미칠 여파 등을 고려해 협상이 교착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김 정책실장은 9일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BJC) 초청 토론회에서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5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펀드에 불평등한 조항이 포함돼 있는데, 우리도 이러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본이 받은 문안이 우리에게 제시된 문안과 그렇게 차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그것을 보고 우리나라 국민 중에 그대로 사인(서명)해야 한다고 생각하겠나"라고 했다.
이어 "일본과 한국은 처한 상황이 너무 다르다"며 "한국과 일본의 경제 규모, 더 근본적으로 외환시장 상황이 매우 다르다"고 짚었다.
그는 "일본은 기축통화국이고 외환 보유고도 우리나라의 3배다"라며 "여러 사정이 우리와 판이하게 다르다. 내용을 상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3천500억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어떻게 조달해서 운용하느냐, 이 문제가 한국 입장에서 너무너무 중요한 선결문제라는 것을 이해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수출입은행, 산업은행에서 1년에 조달할 수 있는 금액(외화)이 200억~300억달러를 넘기기 어려운데, 특별히 외환 쪽 통화스와프 문제 해결이 안 되어 있다"며 "일본은 기축통화에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외환 보유고의 한계, 스와프 라인의 한계, 기축 통화국도 아닌데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며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에 대해서 같이 고민해주고 미국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에 해답을 달라(고 했다). 이런 부분 때문에 상당히 교착상태"라고 부연했다.
막대한 대미투자 펀드의 규모가 국내 제조업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는 "일부 우려가 있지만 글로벌 통상 환경의 변화로 우리 기업이 미국이란 중요한 시장을 잃지 않기 위해서 시장개척 차원에서라도 현지에 진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정책실장은 "진출 기업도 우리나라 기업이고 거기서 완성된 제품을 만드는 공장이 자리 잡으면 협력업체까지 모두 미국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며 "(협력업체는) 국내에 남아 연구개발(R&D)센터라든지 핵심 기능은 국내에 남아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의 외연을 넓힌다"고 반박했다.
또 자동차 관세에 대해서는 "그쪽(미국이 일본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이 15%로 낮아지고, 우리(미국이 한국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가 25%면 격차가 있다"면서도 "자동차 산업이 중요하고 관세 차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3천500억달러라는 우리 경제에 너무나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것을 단기간에 서둘러 합의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리고 "관련 업계와도 고민하고 있다. 이른 시간 내에 한미 간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nkhwang@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