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영의 FX환담] 폴란드의 지정학적 의미
  • 일시 : 2025-09-11 10:05:23
  • [정선영의 FX환담] 폴란드의 지정학적 의미



    (서울=연합인포맥스) 러시아의 드론이 폴란드 영공을 침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럽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조용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시장은 지정학적 위험 요인에 둔감해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의 신중한 대응도 한몫했다. 나토는 러시아의 드론이 고의적으로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지만, 공격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폴란드 내 목표물을 타격할 계획이 없었다는 점과 드론이 러시아의 것이라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유럽에서 폴란드는 지정학적인 의미가 큰 나라로 꼽힌다. NATO 회원국이라는 점 외에도 러시아 쪽에서 볼 때 유럽의 핵심 관문으로 꼽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국가들과 러시아 사이에 끼어있는 나라인 데다 과거 1,2차 세계대전 때도 폴란드를 우선적으로 점령할 정도로 안보상 요충지 역할을 한 곳이다.

    폴란드에 대한 드론 침입은 그동안 이뤄졌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휴전 협상마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한 2차 제재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외환시장의 시선은 다음주 있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하와 증시 호조에 집중돼있다.

    달러-원 환율은 4거래일 연속 1,380원대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일시적으로 1,390원 선을 터치하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미국 금리인하 기대가 선반영된 양상이다.

    코스피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원화 강세에 힘을 실었다.

    다만, 외환시장은 강도 높은 숏포지션 구축에는 조심스러운 양상이다. 미국의 금리인하 경로가 재개될 시점임에도 시장은 과감한 원화 강세 베팅보다 여러 차례 돌다리를 두드리는 중이다. 미국 비농업 고용지표 부진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계속 반영됐지만 고용지표 관련 잡음이 많다. 따라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까지 확인해야 하는 셈이다.

    최근 시장의 시선은 지정학적 위험보다 경제적 요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야흐로 '지경학(geoeconomics)의 시대'다. 지리적 조건과 함께 정치, 경제, 군사 등 국제관계가 형성되는 지정학에서 나아가 무역과 통상, 경제적 요인에 따른 국제 관계가 중요해졌다. 미국의 글로벌 관세 위협에 무역과 통상이슈가 전면적으로 불거진 데다 반도체와 희토류, 인공지능(AI) 등을 둘러싼 경제 갈등이 고조됐다.

    안보 역시 무역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문이 있어야 협상의 여지가 생기는 상황이다. 물론 러시아 드론의 폴란드 영공 침범이 당장은 시장에 큰 위협 요인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있다. 러시아의 공격이 확전의 시그널이라고 확신하기도 이르다.

    하지만 지정학적 요인을 마냥 간과할 수는 없다.

    지금은 환율이 조심스러운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만약 시장의 숏포지션이 깊어진 후에 위험회피 국면이 발생하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최근 지정학적 위험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폴란드가 나토조약 제 4조인 '긴급 협의' 발동을 요청하고, 러시아의 공습 가능성을 우려하는 점도 주의할 대목이다. 이런 와중에 유럽은 현재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재정 위기에 따른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다. 이번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의 휴전 중재국인 카타르를 처음으로 공격하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새롭게 불거진 바 있다.

    최근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서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나란히 참석하면서 신냉전 분위기가 조성된 점도 국제사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경학 속에 묻혔던 지정학 요인이 다시 고개 들고 있다. (경제부 정선영 기자)



    A destroyed roof of a house, after Russian drones violated Polish airspace during an attack on Ukraine, in Wyryki near Lublin, Poland, Wednesday, Sept. 10, 2025. (AP Photo)


    syjung@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