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초박스권 달러-원…딜러들 '스캘핑'으로 버틴다
9월 들어 더 좁아진 박스권…R/R는 환율 하락 시사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역대급으로 좁은 박스권 거래를 이어가는 지루한 장세에 서울 외환시장 딜러들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이후 1,380~1,400원 범위의 레인지 장세가 계속되고 있는데 9월 들어서는 아예 1,390원을 중심으로 이전보다 좁게 상·하단이 형성돼 변동성을 더 줄이는 모양새다.
딜러들은 환율 변동성이 급격하게 축소해 방향성 베팅이 쉽지 않은 장이라면서 스캘핑(짧은 구간에서 반복적으로 사고파는 초단기 매매)을 통해 소소하게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정규거래에서 달러-원은 전장대비 5.20원 오른 1,391.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9거래일 동안 저점은 1,384.50원이었고, 고점은 1,396.40원으로 변동폭은 11.90원에 불과했다. 지난 8월에는 월중 저점이 1,378.30원, 고점은 1,401.70원으로 23.40원에 달했다.
달러-원은 이달 초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이 2개월째 '쇼크' 수준을 나타내고, '빅컷' 전망이 등장했음에도 1,380원대 하방을 뚫지 못했다.
달러 인덱스가 받는 충격도 크지 않았는데 영국과 프랑스의 정국 불안이 유로화 약세를, 일본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 퇴진으로 인한 엔화 약세가 달러화를 전반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는 연기금 해외투자와 서학개미의 달러 환전 수요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정부가 미국과 합의한 3천500억달러 투자의 세부 내용에도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뚜렷한 하방 경직이 나타나고 있다.
대규모 달러 매도 주체인 국내 주요 조선업체들은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이전만큼 선물환 매도 물량을 시장에 내놓을 유인도 작아졌다.
마스가 프로젝트에 투자할 달러 자금을 유보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변동성이 축소돼 시장 전망이 어렵다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매우 지루하다"면서 "큰 이익을 내기는 어렵지만 또 손해를 만회할 기회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레인지 장세가 굳어진 분위기여서 아래쪽에서 사고, 위쪽에서 팔면 그래도 조금씩 이익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의 외환딜러 역시 "환율이 박스권이라 아래로 내려오면 사고 올라가면 팔고 반복하고 있기는 하다"면서 "미국 금리 인하에만 포커싱이 맞춰지면 더 내려가야 할 텐데 이슈가 많아서 쉽사리 한방향으로 포지션 잡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와 일본 정치 이슈 뿐만 아니라 비교적 영향이 크지 않은 중동, 러시아 긴장도 유가를 올리고 있고, 수급도 매도 방향으로 우세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이 딜러는 덧붙였다.
이 딜러는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에 네고물량, 역외 셀 포지션 등을 타고 1,385원 하단 깨고 갈 수 있을까 생각하는데 그전까지는 레인지 장세가 계속될 것 같다"면서 "당분간은 변동성 축소 방향으로 거래하려 한다"고 말했다.
달러-원 시장의 변동성 축소로 이익을 내기 어려워지면서 다른 상품에 눈을 돌리는 딜러들도 있다.
또 다른 은행의 외환딜러는 "아래에서 사고 위에서 파는 게 쉬워 보이지만 모두가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고 봐야한다"면서 "굳이 방향성 없는 달러-원보다는 미국채 선물이나 다른나라 이자율 스와프 거래를 더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잠재적으로 대미투자펀드 3천500억달러 투자금이 얼마나 되는지, 자금 마련이 어떻게 될지가 중요할 것 같다"면서 "다만 당장 시장에 영향을 미칠 재료는 아니라서 당분간 레인지 장세가 이어질 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통화옵션 시장에서는 환율 하락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달러-원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리스크 리버설(R/R) 지표는 최근 2개월물이 지난 6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콜옵션보다는 풋옵션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향후 환율 하락(원화 강세)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다만 3개월물 R/R은 여전히 플러스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하락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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