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박스권 속 둔감해진 달러-원…잠 깨울 변수는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달러-원 환율의 박스권 흐름이 장기화하고 있다.
한층 더 좁아진 레인지에 갇혀 특정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각종 대내외 변수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답답한 장세에 시장 참가자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경로와 한미 관세 협상 등이 변동성을 유발할 요인으로 거론된다.
12일 달러-원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9월 들어 달러-원 환율은 정규장에서 줄곧 약 10원 범위 내에서 움직였다.
1,395.10원을 고점으로, 1,384.60원을 저점으로 찍고 제한적인 등락을 반복하는 장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대비로 상하단은 한층 더 좁아졌다. 지난달에는 1,380원에서 1,400원까지 20원 정도 상대적으로 넓은 구간에서 움직였다.
박스권 장기화에 장중 고점과 저점의 차이, 즉 변동폭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7월 평균 변동폭은 7.3원이었는데 8월 변동폭은 6.5원으로 축소됐고, 이달 들어서는 5.2원에 불과하다.
상하단이 견고하다는 인식이 고착화되다보니 예상치 못했던 중동이나 유럽의 지정학적 리스크, 외국인의 국내 주식 폭풍 매수세 등 대형 수급 변수에도 달러-원 환율이 무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외환 딜러들 사이에서 답답함이나 지루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변동성이 어느 정도는 존재해야 베팅에 나설 텐데 상하단이 뻔하므로 수익을 노리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증권사 딜러는 "최근 박스권이 워낙 오래 지속됐다. 이렇게 긴 박스권은 최근에 없었던 듯하다"며 "어려운 장세"라고 평가했다.
다른 증권사 딜러도 "달러-원이 박스권에 갇혀 나올 생각을 안 한다"고 했다.
한 은행 딜러는 "달러-원에 대한 역외의 관심, 흥미가 줄어든 것 같다"며 "조금 움직여야 할 텐데 재미없는 장"이라고 언급했다.
막힌 상하단을 뚫고 움직임을 키울 변수로는 다음 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거론된다.
연준이 다시 금리 인하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기대 속에 일단 이번에는 금리를 25bp 인하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따라서 시장의 시선은 연준이 향후 금리 인하 경로에 대해 어떤 시그널을 줄 것인지에 쏠린다.
현재 시장은 연준이 연말까지 금리를 25bp씩 세 차례 인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는데 더 빠른 속도로 큰 폭의 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면 달러-원이 박스권 하단을 뚫고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인 금리 압박이 계속되고 있고,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저금리 요구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하락 흐름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금 더 길게 봤을 땐 한미 무역 협상 결과가 달러-원 방향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현재 관건은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다.
세부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막대한 규모의 대미 투자로 인한 외환시장 충격도 고려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에 약속한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펀드와 관련, 외환시장에 미칠 여파 등을 고려해 협상이 교착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내용을 상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3천500억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어떻게 조달해서 운용하느냐, 이 문제가 한국 입장에서 너무너무 중요한 선결문제라는 것을 이해시키고 있다"면서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에 대해서 같이 고민해주고 미국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에 해답을 달라(고 했다). 이런 부분 때문에 상당히 교착상태"라고 설명했다.
무역 협상을 지연시킬 만큼 세부 협의 결과에 따라 환시 충격이 클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 실장은 앞서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출연해서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협상한 경험을 전하면서 환시 충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3천500억달러가 얼마나 큰 돈이냐"면서 "(세부적인 사항이) 불분명하면 외환시장이 제일 먼저 반응해 원화가 몇백원 뛸 텐데 관세 조금 줄이자고 그렇게 하는 것이 말이 되는 이야기냐, 우리는 외환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일본과는 다르다는 말을 전했다"고 했다.
워낙 입장 차가 첨예한 까닭에 한미 합의 결과가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단 윤곽이 드러난다면 달러-원에 가해질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미일 합의에 비춰볼 때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매년 1천17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게 될 것 같다"며 "매년 860억~960억달러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국고채 과잉 공급이 발생하고 원화 약세가 촉발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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