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값 내려도 원가 부담 여전…정부 '가격 안정' 속 보완 과제
국제 곡물가 4개월째 내림세…농협사료, 가격 인하 단행
러우 전쟁 전 저점 대비 여전히 가격 높아…환율 상승도 부담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수인 기자 = 옥수수, 밀 등 국제 곡물가격이 4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곡물 수입의존도가 큰 사료업계에 원가 부담 완화 여력이 생겼다.
국내 사료시장 점유율 약 16%를 차지하는 농협사료는 곡물가 하락을 반영해 사료 가격을 인하하는 등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저점 대비해서는 여전히 가격이 높은 수준인 데다 환율과 인건비, 물류비 상승 등 요인이 해소되지 않아 국민 체감 수준을 높이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16일 연합인포맥스 원자재선물 종합(화면번호 6900) 화면에 따르면 사료업계가 주로 수입하는 옥수수, 소맥(밀), 대두(콩) 선물가격은 러-우 전쟁 이후 기록한 고점 대비 전날 종가 기준 48%, 63%, 41%씩 내렸다.
소맥 가격은 부셸당 1,425.25센트까지 치솟았다가 525.00센트로 내렸고, 옥수수는 부셸당 818.25센트에서 423.25센트, 대두는 부셸당 1,769.00센트에서 1,042.75센트로 떨어졌다.
세계곡물가격지수에서도 하락 추이는 드러났다.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발표에 따르면 지난 달 세계곡물가격지수는 평균 105.6포인트로 전월 대비 0.8% 감소하는 등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전문가는 러우 전쟁 이후 농산물의 공급 우위가 꾸준히 전망된다며 앞으로의 가격 상승 모멘텀도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곡물 중심의 농산물 공급 차질을 초래할 수 있는 기후 변수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재하다"며 "미국 옥수수와 대두(콩) 작황은 예년 수준을 상회, 9월 이후 수확기 동안 생산 전망치에서의 상향 조정 가능성을 예고한다"라고도 덧붙였다.
곡물가격이 당분간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곡물을 대부분 수입해 사료를 배합하는 업계 입장에서는 원가율 완화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핵심 주자에는 농협사료와 하림그룹 등이 있는데, 각각 국내 시장 점유율 16%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농협사료는 한우 사료 부문만 놓고 보면 시장의 4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 곡물가격이 안정세를 보이자 농협사료는 가격 인하에 나섰다.
전날부터 배합사료 가격을 1포대(25kg 기준)당 평균 325원(2.6%) 내리면서, 농협사료를 이용하는 축산농가는 연간 약 343억 원의 사료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농협사료 측은 "인건비, 전기료 등 생산비가 오른 상황에서 손익 등을 감안해 가격을 정하고 있다"며 "설비, 투자 비용 조정 등 자구적인 노력으로 적정 수준의 가격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 전반에서는 곡물 가격 하향만으로 원가 부담을 덜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
실제로 러우 전쟁 이전 2020년대 옥수수, 밀, 대두 가격 저점 대비 현재 가격을 비교하면 각각 41%, 5%, 27%만큼씩 더 높았다.
그사이 달러-원 환율도 차츰 상승세를 보였다.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거래 종합(화면번호 2110) 화면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 종가는 전날 기준 1,389.00원이다. 작년 12·3 비상계엄 등 여파로 올랐던 연초 환율 수준보다는 낮지만, 전년 같은 달 대비 50~60원가량이 높다.
곡물 가격 하락이 농가 원가 부담을 일부 완화하는 긍정적 요인임은 분명하지만, 체감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세밀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러우 전쟁 때 고점을 찍은 곡물가격이 이제 내리고 있는 것뿐"이라며 실질적인 하락분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si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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