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500억弗 딜레마] 亞 외환시장도 흔드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일본과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일제히 미국으로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역내 외환시장이 변동성 확대로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관세협상의 대가로 일본에 5천500억달러, 한국에 3천500억달러의 직접투자를 요구한데다 대만은 4천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미국에 제안한 상태다.
모두 1조3천억달러(한화 약 1천80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세 국가의 지난 7월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모두 2조3천억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의 직접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미국의 투자 요구가 단순한 무역협상을 넘어 아시아 외환시장 안전성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부상한 셈이다.
외환보유액 대비 투자 비중이 높은 한국과 대만이 특히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잠재적 변동성 요인으로 지적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의 요구 방식대로 3천500억달러를 모두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힌국은 1997년 금융 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안전판 없이 직접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했다.
국가별 외환보유액 대비 투자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의 부담이 훨씬 크다는 것이 뚜렷해진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약 1조3천억달러로, 중국 다음으로 많은 데 투자액의 비중은 외환보유액 대비 약 42%에 해당한다.
대만과 우리나라는 각각 5천979억달러, 4천113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다.
대미투자금의 비중을 따지면 각각 67%, 85%에 이른다.
일본 엔화가 국제화된 통화인 것과 달리 대만의 대만달러와 우리나라 원화는 시장 개방도가 매우 낮고, 외환거래량도 일본에 비하면 매우 작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일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상시 통화스와프라인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머지 두 국가와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일본은 우리나라나 대만보다 사정이 낫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음에도 5천500억달러 직접 투자를 이행할 여력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이 5천500억달러를 전적으로 해외직접투자(FDI) 형태로만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2020년 이후 일본의 전체 해외직접투자 잔액은 5천800억달러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미국으로의 직접투자는 그보다 작은 3천억 달러 증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미국에 들어간 FDI 증가분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5천500억달러를 전부 직접투자로 층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외환시장 거래량을 비교해보면 일본은 지난 4월 기준 하루 평균 거래량이 약 4천600억달러 수준을 나타냈다. 대만은 지난 8월 기준 약 480억달러, 한국은 지난 2분기 기준 820억달러다.
대만의 외환시장 거래량의 일본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우리나라는 5분의 1정도에 불과한 수준인 셈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일각에서는 3천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대신에 25% 상호관세율이 총량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주장하지만, 이 경우에도 원화 가치는 절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라면서 "상호 관세율 25%로 대미 수출 경쟁력 약화, 한국 성장률 둔화 등 경제 펀더멘털 훼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3천500억달러 전액 시장 조달이나 25% 상호관세율이라는 두 가지 극단적 시나리오 하에서는 원화 약세가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달러 조달 부담을 완화할 장치를 마련한다면 환율 상승 압력이 약화될 수 있고, 여려 제약 조건에도 외평채 발행 확대나 한시적 통화 스와프 체결 등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는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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