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청 전락" 농담이 현실로…금융당국 개편 백지화에 기재부 멘붕
예산·금융 없는 경제사령탑 역할 우려…예산처로 인사 수요 몰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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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박준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금융당국 개편안을 백지화하기로 하면서 예산 기능 분리를 앞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예산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잃은 상황에서 국내 금융정책 기능 흡수가 무산될 경우 신설되는 재정경제부에는 세제 외에는 마땅한 정책 수단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기재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그간 농담처럼 회자되던 '세제청' 전락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과 함께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5일 국회와 관가에 따르면 당정대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당정대 회의를 열고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기로 했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 금융당국 개편안을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떼어내 기획예산처로 분리하는 방안은 그대로 가되 금융당국 개편은 중지하고, 현재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예산처가 분리된 이후 기재부는 재경부로 이름을 바꿔 국내 금융정책 기능 흡수 없이 경제정책 총괄·조정, 세제, 국고, 국제금융, 공공기관 관리 등을 맡게 된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기재부 공무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는 긴급 고위 당정대 회의 직후 언론 공지를 통해 "신설될 재경부는 부총리 부처로서 경제사령탑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직원 사이에선 벌써부터 재경부가 힘 없는 부처가 될 것이란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기재부는 예산이란 막강한 정책 수단으로 다른 부처의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
기재부가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도 예산 편성권이 타 부처에는 일종의 절대 권력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예산 분리가 공식화하자 조직 안팎에선 재경부 체제로는 경제사령탑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그나마 금융위로부터 국내 금융정책을 가져오면 새로운 정책 수단이 추가되고 저연차 직원들이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였다.
하지만 예산 분리가 확정된 상황에서 국내 금융정책 흡수마저 무산되는 방향으로 정부 조직개편이 전개되면서 재경부에 남아야 하는 직원들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 셈이다.
앞으로 재경부가 경제정책방향이나 내수 활성화 방안 등 굵직한 대책을 내놓더라도 사실상 세제 외에는 정책 수단이 없어 경제 총괄 부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게 내부 직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기재부의 한 공무원은 "예산이 빠지고 금융이 안 들어오면 기재부가 세제청으로 전락할 것이란 농담을 많이 했는데 이게 현실화될 줄은 몰랐다"며 "당장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직 분리 과정에서 예산처에 인사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 같은 전망에는 겉으로만 경제 총괄 부처인 재경부에 남는 것보다 예산처로 이동해 예산 전문가로서 커리어를 쌓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기재부의 또 다른 관료는 "정부 조직개편에서 금융위가 최종 승자이고 예산처는 그런대로 선방했다는 느낌이 든다"며 "세제실이나 국제금융국 등 일부 인기 실국을 제외하면 재경부에 남으려는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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