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환율합의 의미는…스와프 힘싣고 환율조작국 회피 용이
투명성 제고로 상호 이해·소통 강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박준형 기자 = 한국과 미국의 이번 환율정책 합의로 통화스와프와 같은 안전장치 마련이 한층 더 용이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반기마다 검토되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할 가능성도 커졌으며, 투명성 제고로 상호 이해와 소통도 강화해 더 높은 수준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기획재정부와 미 재무부가 1일 발표한 환율정책 합의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환율 조작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 핵심이다.
거시건전성 조치라는 이름으로 자본 유출입을 통제하거나 우회적으로 연기금 등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무역 이익을 보기 위해 인위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절하해서는 안 된다는 합의다.
또 불가피하게 외환 시장에 개입하게 되더라도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또 양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우리 환율 정책의 기본 원칙은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며, 과도한 변동성 또는 비정상적 시장 상황 발생 시 시장안정 조치를 실시한다는 것'인데 이번 합의는 이런 원칙에 부합해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눈에 띄는 문구 '안정'…통화스와프에도 청신호
합의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봤을 때 눈에 띄는 대목은 한미 재무당국이 외환시장 상황과 '안정'(stability)을 모니터링한다는 부분이다.
'안정'은 최근 합의한 일본, 스위스 사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문구로 우리 측의 계속된 요청을 미국 측이 수용한 결과물인 것으로 전해진다.
양국이 외환시장의 '안정'을 함께 살펴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는데 이를 발판으로 통화스와프와 같은 안전장치 마련을 협의할 명분이 될 수 있어서다.
현재 우리는 미국과 관세 협상 과정에서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요청을 받게 됐고 외환시장의 '불안정'을 이유로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합의에서 외환시장 '안정'을 함께 모니터링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했으므로 '불안정'에 대한 대책도 함께 모색해달라는 요청이 가능해진다.
꼭 통화스와프가 아닐지라도 유사시 다양한 형태의 외환시장 안전장치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양국이 '안정'이란 문구를 합의에 포함시킨 것은 현재 진행 중인 통화스와프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를 키운다.
기재부 관계자는 "향후 문제가 생겼을 때 이번 합의가 안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의할 바탕이 될 것"이라며 "포괄적으로 모든 시장 안정과 관련된 협업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논의 중인 통화스와프 체결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용이해진 환율 조작국 지정 피하기
까다로워진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을 조금 더 쉽게 피할 수 있게 됐다는 데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미국은 반기마다 환율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한 국가를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현재 평가 기준은 ▲150억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최소 8개월간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인 경우다.
이 중 세 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면 심층분석 대상이 되며, 두 가지만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이 되는데 현재 우리는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상태다.
지정 조건이 정량적이므로 과거에는 미리 환율 조작국 지정 여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으나 가장 최근인 지난 6월 발간한 보고서에 정량적인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사유들이 등장했다.
환율 조작국 지정의 잣대가 다변화된 것인데 이런 사유들이 이번 환율합의에 대부분 담겨있으므로 환율 조작국 회피가 보다 용이해졌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투명성 제고로 고밀도 협력 기대
투명성을 제고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고 긴밀한 협력을 도모할 수 있게 된 것도 성과다.
이번 합의에서 우리는 현재 분기별로 대외에 공개하는 시장안정 조치의 월별 내역을 미 재무부에 대외 비공개를 전제로 공유하기로 했다.
외환보유액 통화구성 정보도 매년 대외에 공개한다.
현재는 IMF 특별인출권(SDR) 편입 통화와 비(非)편입 통화로만 구별해서 공개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개별 통화별 구성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시장안정 조치, 즉 당국 개입에 대한 정보 제공 빈도를 높이고 외환보유액 구성을 보다 세부적으로 공표함으로써 상호 이해와 소통을 강화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사례를 이번 합의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일본, 스위스 사례와 달리 우리 합의문에는 외환시장에 우회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정부 투자기관의 예시로 연금(pension fund)이라는 문구가 빠졌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목적이 환율과 무관하다는 것을 미국 측이 이해했기 때문으로 우리 측의 요청이 반영된 것이라고 기재부는 전했다.
수년 전부터 미국이 환율 보고서에 국민연금 동향을 기록하며 예의주시해온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이처럼 투명성과 소통 강화는 한미 간 고차원적인 협력을 기대할 수 있게 해준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율 조작국 지정과 관련해 우리가 어떤 기준을 적용받을지 이번 합의를 통해 기준을 정해놓은 셈"이라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한미 재무당국 간 긴밀한 소통과 신뢰의 중요성 재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상시적으로 긴밀히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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