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환율합의] 원화 특수성 반영…日·스위스와 다른 점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미국과 우리 정부 간의 환율 합의는 큰 틀에서 일본, 스위스 등과 유사하지만 한국 원화만의 특수성이 '깨알같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원화는 엔화나 스위스프랑처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화가 아니어서, 정부는 시장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미국에 이해시키려 했고 이 부분이 합의에 반영됐다.
그럼에도 미국의 요구는 수용해 투명성은 높이는 방향으로 갔다는 점은 일본, 스위스와 비슷한 부분이다.
정여진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장은 이번 합의에 대해 "큰 틀은 상당히 유사하고 환율 보고서와도 맞닿아 있다"면서 "조금 변형된 방식으로 협상이 아닌 '협의'(consultation)"라고 설명했다.
1일 공개된 한미 환율 합의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는 기존에 분기별로 공개해왔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정보를 월별로 미국 재무부와 공유하기로 했다.
일본 역시 같은 내용을 '최소 월별' 공개하기로 합의했으며, 스위스는 개입 내역을 분기별로 공개하기로 해 한국과 일본이 더 자주 개입 내역을 공개하는 구조다.
합의에는 "소통을 강화하고 외환시장 상황 및 안정을 모니터링하는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매월 개입 내역을 교환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이나 스위스가 별다른 설명을 추가하지 않고 '대외 공개'라고 밝힌 것과는 차이가 있다.
정 과장은 이에 대해 "미국이 관심을 가지고 같이 외환시장을 본다는 것은 안정도 중요한 요소로 보고 협의해나가겠다는 것"이라면서 "'안정'이라는 단어가 있음으로써 다른 나라에 비해 조금 더 적극적인 협의를 해나갈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의 경우 일본, 스위스와 달리 대외공개가 아닌 상호 공유 방식을 택한 것은 우리가 여전히 시장 안정을 중시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외환보유액 통화구성 공개 주기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한국과 일본은 연 1회, 스위스는 분기별로 공개하기로 합의됐다.
현재 SDR 통화, 비SDR 통화로만 구별해 공개해왔지만, 앞으로는 1년에 한번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스위스가 분기별로 공개하는 것은 스위스중앙은행(SNB)이 과거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 등 논란이 많았기 때문에 분기별 통화구성 공개라는 좀 더 상세한 공시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외환보유액 및 외화유동성 데이터 템플릿에 따라 외환보유액 및 선물환포지션 정보도 매월 공개하기로 했으며 이는 세 국가 공통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공개하고 있는 정보다.
이번 합의에서는 지난 6월 재무부 환율보고서에 포함된 '국민연금' 언급이 빠진 것이 눈에 띈다.
합의문에는 "정부투자기관은 해외투자는 위험의 조정과 투자의 다변화 목적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본과 스위스 사이의 합의문에는 정부투자기관을 설명하면서 '연기금과 같은'(such as pension funds)이라는 표현이 포함됐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명시적으로 들어가지 않은 것에 대해 "국민연금은 실제로 해외투자를 많이 하고 달러를 대규모로 사 왔기 때문에 이런 문구가 들어가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면서 "미국도 이 부분을 이해해 한국 측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본, 스위스와의 합의문에는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하고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은 경제·금융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문구가 있으나 한국 합의문에서는 빠졌다.
정부는 그러나 "시장에 의한 환율 결정" 문구가 빠진 것에 함의는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 재무부의 환율 협의 대상은 환율보고서 내의 관찰대상국 국가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일본 스위스 말고도 지난 6월 중국,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등도 관찰대상국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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