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부터 증권사까지…쏟아지는 한국물, 찍을 때마다 '최저 스프레드'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이 활황을 지속하고 있다.
'AA'급 공기업부터 'BBB'급 증권사까지 달러채 발행시장에서 흥행을 거듭하면서 한국물에 대한 굳건한 신인도를 드러냈다.
국내 시장의 경우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 이슈를 두고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글로벌 채권시장의 관심은 아직 크지 않다는 후문이다.
아직 현실화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데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 기업들을 사상 최저 스프레드 조달로 이끌고 있다.
◇글로벌 활황 속 한국물도 호조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물 발행 시장의 활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후반부 한주에만 한국석유공사(무디스 기준 'Aa2'), 대한항공(한국산업은행 보증, 'Aa2'), 신용보증기금(P-CBO, 'Aa2'), KB캐피탈('A3') 등이 공모 달러채 시장을 찾아 모두 발행액 이상의 수요를 확인했다.
이어 지난달 29일 미래에셋증권('Baa2')이 공모 달러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AA급부터 BBB급까지 활황세를 드러냈다.
글로벌 채권시장은 최근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여름휴가 시즌으로 중단됐던 발행시장이 지난달부터 활기를 맞은 가운데 기관들의 매수세도 거센 실정이다.
이에 시장을 찾은 한국물 발행사 대부분은 역대 최저 가산금리(스프레드)를 기록하면서 활황 기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일례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북빌딩(수요예측)을 통해 3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을 동일 만기 미국 국채금리 대비 88bp 높은 수준으로 찍기로 했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 대비 27bp 낮은 수준으로, 미래에셋증권이 그동안 발행한 3년물 FXD 중 최저 스프레드다.
변동금리부채권(FRN)의 인기도 계속되고 있다.
석유공사와 신용보증기금(P-CBO)은 3년물 FRN을 발행했다.
석유공사의 경우 FRN과 더불어 3년과 5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 또한 함께 찍었다.
투자자들의 FRN 선호 현상이 이어진 여파다.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FXD보다 FRN 투자를 통해 누릴 수 있는 금리 이점이 더욱 큰 상황이다.
FXD의 금리 기준점이 되는 미국 국채금리(T)보다 SOFR 하락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이종통화 채권 조달세도 꾸준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 조달로 각국 역내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2일 북빌딩을 통해 6억유로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지난 8월 말 주택금융공사가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으로 마이너스 뉴이슈어프리미엄(NIP)을 달성한 데 이어 국민은행이 흥행 바통을 이어받아 유통금리를 한층 더 낮췄다.
주택금융공사는 지난달 30일 한국물 최초로 영국 커버드본드 시장을 공략해 데뷔전을 마치기도 했다.
이는 한국물 시장에 등장한 첫 파운드화 커버드본드다.
주금공은 현지 시장에 한동안 발행이 없다가 재개된 틈을 포착해 첫 조달부터 유로화 커버드본드에 버금가는 금리를 달성했다.
◇韓 신인도 굳건…스프레드 부담 관건
국내 시장의 경우 최근 3천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 협의 등을 두고 우려가 번지고 있지만 해외 채권시장에서의 한국 신인도는 굳건한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환 시장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감지되기도 했지만, 글로벌 채권시장에서의 한국물 인기는 계속됐다.
한국물 업계 관계자들은 대미 투자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당장 해외 채권시장에서의 투자자 우려는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채권시장 업계 관계자는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슈의 경우 아직 뚜렷한 실체가 없는 상황이다 보니 시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수단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국내에선 노이즈로 작용하곤 있지만 시장엔 큰 충격을 준 수준이 아닌 데다 아직 협상 중인 사안이다 보니 최종 결론이 난 이후에 영향력을 가늠할 듯하다"고 부연했다.
한국의 견고한 대외 신인도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에서도 드러난다.
연합인포맥스 'CDS Premium 추이'(화면번호 2498)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한국의 5년물 CDS 프리미엄은 24.75bp 수준이었다.
지난달 중반 17bp대를 오갔던 해당 지표는 이후 꾸준히 상승해 현 수준까지 올라오긴 했으나 전년 동기(31.61bp)와 비교할 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41.73bp)과 중국(38.31bp) 등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다.

오히려 한국물 시장은 지나치게 축소된 스프레드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연이은 스프레드 축소로 투자자들의 저항이 드러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경우 5년물 달러채 발행 스프레드와 미국 국채금리 간의 차이를 20bp대까지 좁히기도 했다.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는 "한국물 스프레드가 나날이 저점을 경신하면서 이제 바닥을 찍은 듯한 분위기"라며 "북빌딩 수치 등은 여전히 견고해 보이지만 차츰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게 체감되고 있어 이번 달부턴 전보단 흥행 기세가 주춤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phl@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