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큰손들, 미국 비중 줄이고 유럽 등으로 분산
한 달간 'Ex-US 펀드'로 1천750억 달러 유입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글로벌 투자자들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미국 증시에서 '탈(脫) 미국형 주식 펀드'(ex-US fund) 로 자금을 옮기며 분산투자 행렬에 나서고 있다.
12일(미국 현지시각) 소시에테제네랄이 EPFR(이머징 포트폴리오 펀드 리서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한 달 동안 미국 주식을 제외한 글로벌 주식형 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로 1천750억 달러(약 240조 원)가 유입됐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주식을 포함한 글로벌 펀드(1천억 달러)에 들어온 자금보다 훨씬 큰 규모다.
짐 캐런 모건스탠리투자운용(MSIM) 포트폴리오 전략 총괄은 "투자자들이 미국 중심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보다 글로벌하게 다변화된 자산 구성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시행 이후 급락했던 미국 증시는 최근 연일 신고가 기록을 세우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미국 주식 쏠림 현상이 지나치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캐런 총괄은 "올해 초 처음으로 포트폴리오 내 유럽 비중을 '비중 확대(overweight)'로 조정했다"며 "정치적 리스크와 정책 변화가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블랙록 자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유럽 주식 ETF 순유입액은 710억 달러로 전년 동기의 160억 달러보다 4배 이상 늘었다.
크리스티안 뮐러-글리스만 골드만삭스 자산배분 책임자는 "투자자들은 여전히 전 세계에 골고루 분산투자를 원하고 있으며 시장 흐름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랙록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투자전략 총괄 카림 체딧은 "올해 유럽 내 투자자들이 자국 시장으로 돌아오는 '홈 바이어스'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9월 말 실시된 블랙록 설문에서도 25%의 투자자가 "유럽 주식 비중을 늘리겠다"고 응답했고, 33%는 신흥국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반면 미국 주식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투자자들이 미국을 떠나 유럽 등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달러 약세 때문이다.
달러가 올해 들어 주요 통화 대비 10% 하락하면서 비(非)미국계 투자자들이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지역 분산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알랭 보콥자 소시에테제네랄 글로벌 자산 배분 총괄은 "달러 약세로 인해 S&P 500의 실질 수익률이 달러 투자자 기준 16%에서 유로 투자자 기준 3.3%로 급감했다"며 "향후 달러 추가 약세가 예상돼 비(非)미국 자산의 매력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열런던자산운용(RLAM)의 트레버 그리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 미국의 정책 리스크가 커졌다"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미국 대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영국 시장으로 일부 자금을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모닝스타의 케네스 라몬트 리서치 헤드는 "솔직히 말해 미국 외 지역에서 마땅한 대체 시장을 찾기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분산 욕구는 분명히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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