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 쏠림 지나치다'…외환당국 구두개입 약발 먹힐까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신윤우 기자 =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이 13일 1년 6개월여 만에 공동 구두개입에 나선 것은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 속에서도 유독 원화가 약세로 쏠리고 있는 데 대한 당국의 경계감을 전파하고, 시장 관리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보여 주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주말 사이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재개될 조짐이 보이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그에 따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출렁이는 가운데 달러-원 환율의 우상향 가능성이 커진 점은 외환당국의 경계심을 키웠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개장 직후 1,434원까지 올랐다가 6분여 만에 1,425원으로 9원이나 내리며 순식간에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환율은 다시 1,430원 수준으로 반등했다.
기재부와 한은은 이날 오후 1시 10분께 대외 공지를 통해 "최근 대내외 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쏠림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이는 지난 2024년 4월 16일 두 기관이 국장급 명의로 공동 구두개입에 나선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구두개입이 나오기 전 1,432원 선에서 거래되던 달러-원 환율은 1,428원 수준으로 레벨을 소폭 낮췄다.
다만 1,428원 수준에서는 다소 지지되는 모습을 보이며 하방이 다소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달 말과 추석 연휴 이후를 기점으로 빠른 속도로 1,430원대까지 올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나 다소 매파적 스탠스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 데다 한미간 3천500억달러 대미투자 패키지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환율은 9월 말께 1,400원대로 올라섰다.
추석 연휴 직후에는 아베노믹스를 계승할 것으로 보이는 다카이치 사나에가 일본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데 따라 엔화가치가 급락하고 유로화는 약세를 보여 달러-원 환율은 하루 사이 20원이 올랐다.
여기에다 주말 사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0% 추가 관세를 11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이날 환율은 10원가량 갭업 출발했다.
1,400원 수준에서 경계감을 보이며 미세조정을 했던 당국 입장에서 1,430원까지 오른 환율을 그대로 둔다면 상방이 더 열릴 수 있다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A은행의 외환딜러는 "환율이 1,430원대까지 오름에 따라 당국 개입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긴했다"면서 "너무 손 놓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타이밍에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이 다만 1,430원을 방어하겠다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변동성이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관리는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른 통화는 괜찮은데 원화만 유난히 약세가 나오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화와 달러 인덱스가 다소 괴리를 보이는 상황에다 혼란스러운 대외 상황에 달러-원 환율이 당국에 부담스러운 레벨로 올라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B은행의 외환딜러는 "오전 거래에서 딜미스가 나왔고 환율이 30분 사이에 10원 정도가 움직이는 등 시장이 다소 불안했고, 변동성도 일부 있었다"면서 "또 오전 장에서 달러 약세 분위기였는데 달러-원 환율이 다시 오르는 모습을 보이는 등 시장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국의 개입이 나왔지만 상방을 여전히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미국 주식 조정에 따른 국내증시 하방압력, 통화스와프 협상 등 달러-원을 둘러싼 상황이 시계제로"라고 말했다.
당국의 구두개입에도 환율의 하방이 다소 단단한 것에 대해 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의 실개입 강도가 크지 않거나 시장의 매수세가 매우 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C은행의 외환딜러는 "당국 개입이라는 게 정말 많이 쏠릴 때 나오는 것이어서 수급이 너무 쏠리는 상황이라면 처음에는 잘 빠지지 않는다"면서 "그만큼 매수세가 강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당국이 총알을 많이 쓰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국이 실개입을 통해 구두개입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면 당국의 '말발'이 먹히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C증권사의 외환딜러는 "개입 뉴스를 보고 구두 개입만으로는 안되지 않나하고 생각했는데 이전처럼 시장에 몇억달러 정도는 확 던져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많이 비디시한 장세로 원화 약세가 특히 심하다"고 덧붙였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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