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공동 구두개입…이전과 달랐던 점은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전날 외환당국이 불안정한 달러-원 환율을 진정시키기 위해 1년 6개월 만에 공동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이번 조치가 과거와 어떤 점에서 달랐는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거래 종합(화면번호 2110)에 따르면 달러-원은 지난 9월29일(1,398.70원)부터 10월10일(1,421.00원)까지 5거래일간 정규장 종가 기준 22.30원 상승했다.
전날에는 환율이 1,430.00원에 상승 출발한 뒤 1,434.00원까지 단숨에 고점을 높였다. 이는 지난 5월2일(1,440.00원) 이후 5개월여 만의 최고 수준이다.
최근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관련 협상이 결론을 내지 못했고,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전날 달러-원의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전날 오전 거래에서는 1,330원대에서 '딜 미스'(거래실수)가 발생하고, 글로벌 달러 약세에도 달러-원이 오르는 등 시장이 혼조세를 보였다.
이후 1,420원대 후반 레벨에서 잠시 머무르던 환율이 오후 들어 다시 1,430원선을 웃돌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오후 1시10분께 공동 구두개입에 나섰다.
구두개입은 외환당국이 보유한 달러를 실제로 사고파는 실개입(직접개입)과 달리 시장 안정화 메시지를 통해 과열된 투자 심리를 진정시키는 정책 수단이다.
기재부와 한은은 "외환당국은 최근 대내외 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쏠림 가능성 등에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외환당국은 주로 1,400원 수준에서 경계감을 드러내며 미세조정을 했지만, 이번에는 1,430원대까지 오른 환율의 상방이 추가로 열릴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선제적으로 공동 구두개입을 단행한 것으로 시장은 진단했다.
이날 구두개입 이후 달러-원은 야간 거래에서 상승폭을 줄여 1,424원대에 마감했다. 다만 미중 무역 긴장 완화 기대를 반영한 '달러 강세-원화 약세' 흐름은 이어졌다.
이전 구두개입 사례에서도 외환당국은 통상 5거래일간 20~30원 이상 급등할 때 대응에 나섰다.
가장 최근의 공동 구두개입은 작년 4월16일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달러-원은 작년 4월8일(1,353.20원)부터 15일(1,384.00원)까지 5거래일간 종가 기준 30원 넘게 뛰었다.
당시 미국의 견조한 경제지표 속에 이스라엘·이란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이는 미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를 밀어올렸다.
이에 4월16일 환율이 장중 '빅피겨'인 1,400원선을 터치하자, 신중범 기재부 국제금융국장과 오금화 한은 국제국장은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당국의 발언에 달러-원의 오름세가 잠시 주춤하면서, 한 달이 지난 시점인 작년 5월16일에는 저점이 1,340원대까지 하락했다. 시장은 당시 당국의 대응을 '적기'에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외환당국은 2022년 6월13일에도 국장급 공동 구두개입에 나선 바 있다.
앞서 달러-원은 2022년 6월3일(1,242.70원)부터 10일(1,268.90원)까지 5거래일간 종가 기준 26.20원 올랐다.
당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대비 8.6% 급등하며 약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됐다.
이에 달러인덱스가 105선을 돌파하며 글로벌 달러 강세 압력이 커졌고, 한미 간 금리차 축소 우려가 부각되면서 국내 수급이 달러 매수 방향으로 쏠렸다.
결국 외환당국이 2022년 6월13일 구두개입에 나섰으나, 연준의 매파적 행보에 따른 강달러 흐름을 상쇄하기는 어려웠다.
당일 1,288.90원까지 정규장 고점을 높였던 달러-원은 1,284.00원에 장을 마감했지만, 달러-원은 6월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 같은 해 10월25일 한때 1,444.20원까지 치솟았다. 달러인덱스는 같은 해 9월 114대까지 올랐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에는 달러-원 환율이 미국의 강한 경제지표에 따른 달러 강세 영향을 계속 받았으며, 작년 12월께 이후로는 계엄 사태를 계기로 고환율이 유지된 모습"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당국의 구두개입이 환율의 방향을 크게 꺾기는 어려우나, 참가자들이 추세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며 "일시적으로는 충격을 톤다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y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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