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달러도 버겁다"…달러-원, 1,440원대로 6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올라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김지연 기자 = 달러-원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며 단숨에 1,440원대로 올랐다.
대미 직접투자 규모가 2천억달러로 줄어들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여전히 외환시장에 미치는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평가되는 데다 다카이치 내각 출범 속에 달러-엔 환율이 급등세를 보인 것에 달러-원도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후 2시 현재 전장대비 9.90원 오른 1,439.70원에 거래됐다.
환율은 장중 1,441.5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는 정규장(오전 9시~오후 3시 30분 기준) 기준 지난 4월 29일(1,441.50원)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딜러들은 이날 다른 아시아 통화에 비해 원화가 갑작스럽게 약세 폭을 확대한 점이 의아하다면서도 대미투자 패키지 관련한 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하는 데 따른 불안이 지속된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날 한 보도에 따르면 3천500억달러 대미투자 패키지와 관련해 "1천500억달러는 신용 보증 등으로 돌리고, 2천억달러는 한국이 출자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매년 250억달러씩 8년간 2천억달러를 직접 투자하는 것이다.
아직 확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대미 직접 투자 규모를 줄이고 분할투자하는 방식으로 관세협상의 논의가 흘러가고 있던 터였다.
A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아무리 2천억달러라고 해도 시장 부담이 해소되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협상이 지연되는 것 역시 환율이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우리 정부가 외환시장에 충격을 미치지 않고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연 150~200억달러로 추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시장 조달을 크게 늘리지 않고 자체 보유한 자산에서 나오는 이자나 배당을 활용해서 공급할 수 있는 양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대 200억달러까지는 시장에서 달러를 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달러-원 환율에 상방 압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200억달러가 넘는 외화자금이 매년 유출되는 상황을 시장이 인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환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한미 관세협상 말고도 달러-엔 환율이 7거래일 만에 최고치로 오른 점도 환율 상승을 압박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는 가계의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작년 수준을 뛰어넘는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오후 152.568엔까지 오르며 장중 기준 7거래일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장 초반 네고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환율 상승이 막혔으나 네고물량 소진과 함께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한 매수세가 집중됐다고 딜러들은 지적했다.
B은행의 외환딜러는 "이날 금통위가 완화 기조를 유지한다고 했으나 이것 때문에 환율이 올랐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면서 "장 초반에는 당행을 포함해 많은 은행에서 수급이 네고 쪽으로 크게 쏠린 상태였으나 점심시간이 지나면서 갑작스럽게 오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외은지점의 API 거래를 통해 달러 대량 매수 물량이 쏟아졌다고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대고객 물량 쪽에서 원화 셀, 달러 바이가 있지 않나 추정된다"면서 "특정 API에서 강한 매수세를 나타내다 보니 이를 쫓아가는 흐름인 것 같다"고 말했다.
A 딜러는 "당국 구두개입으로 1,430원대에서 상단 경계감이 있었는데 해당 레벨이 뚫리면서 숏커버도 나온 것 같다"면서 "1,430원이 뚫린 만큼 1,450원까지도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B 딜러는 그러나 "빠르게 1,440원대로 올라왔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1,450원을 보기는 어렵다"면서 달러-원 환율의 가파른 고공행진이 빠르게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1,430원대에서 당국의 적극적인 달러 매도 개입이 관측되지 않음에 따라 환율의 추가 상승을 내다보는 딜러도 있었다.
C은행의 외환딜러는 "최근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레벨을 크게 넘은 상황인데 다음 개입 레벨을 어디로 보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것 같다"면서 "1,430원 초반대에서 경고가 나온 이후에 변동성 확대에도 아무런 액션이 없다면 상단은 계속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 1,450원대도 충분히 테스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smjeong@yna.co.kr
jykim2@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