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타결되면 환율 내린다던데…달러-원 얼마나 빠질까
  • 일시 : 2025-10-27 09:19:00
  • 관세협상 타결되면 환율 내린다던데…달러-원 얼마나 빠질까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400원선을 상향 돌파한 뒤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의 타결이 하향 안정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단기적으로는 낙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낙 글로벌 달러화 상승세가 견조하고 달러화 수요도 풍부한 데다 대미 투자 규모가 기대 이상으로 크게 줄어들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세부적인 합의 내용에 따라 낙폭이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당장 달러-원 환율이 40~50원 이상 밀리며 다시 1,400원선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27일 달러-원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24일 1,437.10원으로 정규장을 마쳤다.

    지난달 말 본격적으로 1,400원대에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달러-원 환율은 이달 들어 1,420원, 1,430원을 뛰어넘어 1,440원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비교적 가파른 상승 흐름이 펼쳐지고 있는데 한미 관세 협상이 오름세의 주된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단순한 위험 회피 심리와 함께 관세 인하를 위한 대미 투자 과정에서 필요한 상당한 규모의 달러화, 한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이 고려된 달러-원 환율 상승세다.

    따라서 한미 관세 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된다면 이런 요인들이 사라지면서 달러-원 환율이 하락할 강한 명분을 얻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와 방미 동행 기자단 간담회에서 관세 협상 타결로 환율이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한미) 관세 협상이 되면 환율을 밑으로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관세를 아직까지 25%를 내고 있는데 15%를 내는 좋은 방향으로 가면 분명히 좋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달러 인덱스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내부 요인으로 관세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환율을 올리는 쪽으로 작용했다"며 대미 투자 방식이 구체화하면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 이후 달러-원 환율 동향


    시장 참가자들은 관세 합의로 달러-원 환율이 아래로 방향을 틀 것으로 보면서도 드라마틱한 하락 흐름을 기대하지는 않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단숨에 1,400원선을 뚫고 내려가 1,300원대로 떨어지는 등 가파른 내리막이 펼쳐지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외환딜러들은 강달러 흐름이 이어지는 데다 달러화 수요가 탄탄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취임을 계기로 엔화 약세 기대가 커지고 달러화는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데 달러-원 환율이 이런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는 평가다.

    또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들의 대규모 해외 투자로 달러화 수요가 상당하며 '서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도 활황이다.

    이에 이르면 오는 29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세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달러-원 환율의 낙폭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A은행 딜러는 "대미 투자 금액이 어떻게든 해결된다고 해도 엄청난 반전 시나리오가 생길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10~20원 정도 반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미 협상 결과도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어야 달러-원 환율을 대폭 끌어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미 직접 투자 규모가 2천억달러 수준으로 책정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달러-원 환율은 오히려 상승세로 반응한 바 있다.

    3천500억달러라는 대미 투자 규모가 천문학적인 까닭에 직접 투자 규모가 대폭 축소되지 않는 한 외환시장이 부담을 느낄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

    미국은 직접 투자로 매년 250억달러, 한국은 150억달러 수준을 바라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모두 작다고 보기 어려운 규모다.

    상상인증권은 직접 투자 규모를 500억달러로 축소하고 3년에 분할해 투자하는 시나리오일 때 연간 달러-원 환율 상승 압력이 78원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B은행 딜러는 "엔화가 약세로 가면 원화는 강세로 가기 어렵다"며 "관세 협상이 타결돼도 달러화 매수 심리가 강해 많이 내려가지 못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3천500억달러를 선불로 줄거라 생각한 시장 참가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직접 투자 규모가 2천억달러일 것이란 보도에도 떨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협상이 타결돼도 크게 빠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환율이 많이 올라온 상태라 단숨에 1,400원선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쉽지 않다. 국민연금도 연말까지 추가 집행을 해야 하는 등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2025.10.23 hwayoung7@yna.co.kr


    물론 한미 관세 합의가 이뤄지면 달러-원 환율이 하향 안정화할 가능성은 커진다.

    대신 엔저 기대에 따른 달러화 강세 흐름도 어느 정도 잦아들어야 달러-원 환율 낙폭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달러화 자체의 강세 흐름을 역행하기 어려워서다.

    실제 이창용 총재도 최근의 달러-원 환율 상승세에 대해 "4분의 1은 달러 강세, 대부분인 4분의 3은 우리나라 관세 문제, 대미 투자 우려, 위안화·엔화 약세 등 지역적, 국내 요인에 의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조금 더 길게 볼 경우 펀더멘털 측면에서 미국은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제한적인 반면 한국은 더 인하할 가능성이 크므로 달러-원 환율 상승 압박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달러-원 환율을 끌어올린 요인들이 사라져도 가파른 하락 흐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불확실성, 엔화 약세 등과 관련한 유동적인 상황이 마무리돼도 되돌림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달러-원 환율 예상 레인지를 1,330원에서 1,430원으로 제시했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협상이 타결되고 내용이 좋으면 달러-원 환율이 시차를 두고 1,300원대로 내려올 수 있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1,4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하고 달러-엔 환율이 150엔 아래로 내려오면 1,300원대로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그는 "환율을 결정하는 것은 금리차인데 내년까지 봤을 때 한미 금리차가 추가로 좁혀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통화정책에 제일 중요한 국내총생산(GDP) 아웃풋갭을 봤을 때 우리나라는 금리가 조금 더 내려가는 방향이고 미국은 내려가기 어려운 방향이다. 금리 갭을 감안해 보면 환율 레벨이 크게 떨어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ywshin@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