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홍콩①] 싱가포르에 뺏긴 지위 되찾았다…앞으로도 홍콩
싱가포르 10배인 홍콩 자본시장…첨단산업 유리한 IPO 제도
싱가포르보다 우수한 홍콩 인재
[※ 편집자주 = 싱가포르의 약진에 흔들린 줄 알았던 홍콩 금융시장의 위세가 여전합니다. 싱가포르를 비롯해 일본 도쿄, 한국 등의 도전에도 아시아 최대 금융 허브라는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는 홍콩의 비결과 전망을 담은 기획기사와 홍콩 금융시장에서 맹활약하는 금융가 사람들의 인터뷰기사를 송고합니다.]
(홍콩=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코로나 팬데믹 이후인 2022년, 중국 규제·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해 홍콩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기는 글로벌IB들의 소식이 이어졌다. 글로벌 금융 센터 지수(GFCI)에서 뉴욕, 런던 다음인 세계 3위 자리까지 싱가포르에 뺏기면서 홍콩의 '아시아 최고 금융 중심지' 지위가 흔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중화권을 비롯해 아시아에 투자하려는 자금들이 홍콩으로 몰려들며 지난해 홍콩은 세계 3위 지위를 되찾을 뿐만 아니라 뉴욕과의 격차도 좁혀가고 있다.
◇싱가포르에 뺏긴 '아시아 1위' 되찾은 홍콩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금융 센터 지수(GFCI)에서 홍콩은 뉴욕과 런던에 이어 전 세계 3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에 아시아 최고 금융중심지 자리를 뺏긴 2022년 이후 2년 만이다.
연합인포맥스가 홍콩 현지에서 만난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전역을 관할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홍콩의 지위는 앞으로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들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직후 2~3년 전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거점을 옮겼던 글로벌IB들도 있지만, 실상 글로벌 탑티어 IB들은 홍콩을 떠난 적이 없었다.
올해 JP모건은 홍콩에서 사무실을 확대 이전할 예정이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법인영업 고용을 20%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HSBC 등도 홍콩 센트럴 한 가운데서 업무를 이어가고 있었다.
주명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장은 "캐나다 3대 은행 중 하나는 홍콩 비즈니스를 거의 접고 싱가포르로 갔지만, 싱가포르에서도 구조조정 중"이라며 "돈을 벌고 있는 회사는 홍콩에서 철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샤샤홍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 기업금융(IB) 헤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2~3년 전쯤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옮겼던 회사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시 홍콩으로 돌아오는 움직임도 보인다"며 "글로벌 대형 IB들의 경우 본사는 여전히 홍콩에 있고, 직원 수나 규모를 비교하면 홍콩이 싱가포르보다 훨씬 크다"고 전했다.
◇싱가포르보다 10배 큰 홍콩 자본시장…중국 뒷배
아시아에 진출하려는 글로벌IB들이 홍콩을 중심 거점으로 두는 이유로는 가장 먼저 '유동성'을 꼽는다.
홍콩은 싱가포르와 비교도 안 되게 훨씬 큰 자본시장이다.
홍콩 주식시장 총 시가총액은 약 5천22조 달러(한화 약 7천228조 원)로, 싱가포르 6천450억 달러(929조 원)보다 10배 가까이 크다.
홍콩은 중국 본토와의 연계를 통해 시장 유동성을 지속해 강화해왔다.
홍콩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홍콩, 선전, 상하이 거래소를 연결하는 스톡커넥트(Stock Connect)가 개설된 이후 지난 10년간 180조 위안 이상의 양방향 자본 유입을 끌어냈다.
중국 본토 투자자가 홍콩 상장주식을 거래하는 일일 평균 거래액은 9억 홍콩달러에서 383억 홍콩달러까지 증가했다. 해당 금액은 홍콩 증권시장 전체 거래액의 약 16.9%를 차지한다.
기업공개(IPO)에서도 홍콩은 세계 1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홍콩 내 IPO 건수는 약 42건으로 141억 달러가 IPO로 조달됐다. 글로벌 주요 증권거래소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리적으로도 홍콩이 싱가포르보다 유리하다.
홍콩 거점에서 아시아 전역을 관할하는 유럽계 글로벌IB 헤드는 "아시아 전반을 보려면 인도와 호주와도 가까운 싱가포르도 괜찮다"면서도 "홍콩은 선전, 마카오, 주하이, 대만과 가깝다. 싱가포르만 있는 IB라면 사실상 중국을 포기하는 셈이다. 중국에 집중하고 싶다면 홍콩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스닥식 '챕터18A·18C'으로 혁신기업 IPO 활발…페그제 유리
자본시장 친화적인 금융 및 환율 제도는 홍콩이 가진 최대 이점이다.
페그제는 홍콩 통화 가치를 미국 달러에 고정하는 제도다. 홍콩은 1983년부터 1달러당 7.75~7.85 홍콩달러 수준으로 고정하는 페그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 글로벌IB 헤드는 "자본조달도 싱가포르보다 홍콩이 훨씬 많은데, 그 이유 중 하나가 현지 통화가 달러에 연동되는 페그제 덕분"이라며 "사모대출펀드(PDF)나 은행들 다수가 미 달러로 투자하기 때문에 싱가포르 달러보다 압도적으로 선호된다"고 강조했다.
홍콩거래소가 나스닥식 혁신 산업 중심 구조로 상장 제도로 개혁한 점도 한몫한다.
홍콩은 중국·미국 혁신기업 유치를 위해 바이오테크 기업 상장을 위한 '챕터 18A'를 신설했다. 기존에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연구개발 중심의 바이오테크는 상장할 수 없었지만, 핵심 제품이 임상시험 단계 이상에 도달했다면 비수익 바이오테크 기업도 상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줬다.
지난 2023년에는 인공지능(AI), 클라우즈 컴퓨팅, 반도체, 로봇, 신소재, 신에너지 등 첨단 기술기업이 안정적인 매출·이익 없이도 상장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챕터 18C'를 신설했다.
홍 IB 헤드는 "홍콩이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는 규제기관인 증권선물위원회(SFC)와 홍콩거래소가 자본시장 강화에 매우 적극적이기 때문"이라며 "최근의 여러 제도 개선을 보면 상장 심사 및 승인 절차를 지속해 효율화하고, 특정 산업군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 유연성·노동 탤런트 모두 홍콩 압도적
뛰어난 인재가 싱가포르보다 홍콩에 훨씬 더 풍부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주 법인장은 "싱가포르에서는 뽑을 사람이 없다고도 한다. 인도계에서도 좋은 직원이 많이 나오지만, 풀 자체가 홍콩만 하지 않다"며 "홍콩 증권사 직원 연봉이 싱가포르보다 10~15% 높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노동 유연성에서도 홍콩이 싱가포르보다 편한 편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때 현지인을 일정 수준 이상 고용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존 비율 상한(DRC)' 제도가 있다. 예를 들어 DRC 35%인 서비스업에 해당하는 증권사는 1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뽑으려면 2명의 현지 근로자를 뽑아야 한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이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각자 다른 역할을 하는 아시아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는 "홍콩과 싱가포르 모두 글로벌 금융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며 "홍콩은 자금조달 등 IB, 싱가포르는 패밀리오피스 등 자산관리·자산운용업에 초점을 둔 아시아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