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영의 FX환담] 서학개미 돌아올 달콤한 환율은
  • 일시 : 2025-10-30 11:12:13
  • [정선영의 FX환담] 서학개미 돌아올 달콤한 환율은



    (서울=연합인포맥스) "내국인 해외증권투자가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올해 외국인 국내증권투자보다 우리가 나가는 게 거의 4배 수준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은 서울외환시장에서 서학개미들의 해외투자 환전 수요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실감하게 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주식 쇼핑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코스피는 역대 최고치를 연일 경신했다.

    그럼에도 달러-원 환율은 좀처럼 내리지 않았다.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의 압박도 있었지만, 해외증권투자를 위한 국내 투자자들의 달러 매수세가 탄탄하게 유입된 영향이 컸다.

    1,400원대 고환율에도 달러를 사려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코스피는 4천선을 웃돌았고, 한미 관세협상 타결 소식에 5천선을 향하고 있다.

    모처럼 찾아온 코스피 불장에 증시 안팎 분위기가 밝아졌다.

    서학개미 투자자들은 왜 고환율을 무릅쓰면서 미국 증시로 갈까. 국내 증시가 이렇게 좋은데 바로 돌아오지 않을까.

    달러-원 환율을 보면 해외주식 투자에 그리 유리한 수준은 아니다.

    테슬라 1주를 산다고 할 때 지난 6월 30일만 해도 달러-원 환율이 1,350원 수준이었고, 4개월 사이에 환율은 1,420원대로 70원 이상 올랐다.

    그 사이 테슬라 주가는 317달러대에서 460달러대로 143달러 정도 올랐다.

    6월 말에는 테슬라 1주를 사려면 42만7천950원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1주당 65만3천200원이 든다. 무려 22만5천50원을 더 내야 1주를 살 수 있다.

    그만큼 달러-원 환율 상승에 따른 매수 비용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환율이 오르는 동안 미국 증시는 주가 이익은 물론 환차익도 더해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달러 강세에 힘입어 달러 자산 보유가 주는 수익이 큰 셈이다.

    한국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동안 뉴욕 증시도 3대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내에서 버블이라는 평가도 받았던 AI 열풍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반도체, 인공지능(AI)은 물론 우주 산업, 양자컴퓨터 관련 주식들이 연달아 성장기대로 주목받는 가운데 밈주식 열풍까지 불며 주가지수가 날아올랐다

    한국과 미국 증시의 가장 큰 차이점도 두드러졌다.

    상한가가 없는 미국 주식 움직임은 30% 상한가에 가로막히는 국내 증시와 다른 양상을 띤다.

    최근 밈주식으로 떠오른 비욘드미트는 4거래일간 1,300% 폭등하며 서학개미들을 잠 못 들게 했다.

    한 서학개미 투자자는 "숫자만 보고 자려고 했으나 수익률을 보니 도파민이 나와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급등세를 보였지만 많이 올라도 30%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약간 다르다.

    우리나라는 시장 변동성을 줄이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위아래 30%씩 상한가, 하한가를 두고 있다.

    미국은 상한가를 두고 있지 않지만 대형주들의 움직임이 그리 크지는 않다.

    그럼에도 주가가 한 번 방향을 잡으면 크게 오르고, 이와 함께 환차익도 더해지는 미국 주식은 서학개미 투자자들을 유혹해왔다.

    최근에는 일본과 중국 주식도 고공행진을 펼치며 해외투자의 반경이 넓어지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학개미 투자자들이 귀국할 만한 환율 여건은 어떻게 될까.

    기본적으로 미 달러 자산 보유는 국내에서 투자의 기본 공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어 해외주식 투자가 꾸준히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성장성 있는 기업이 많고, 안전자산으로서 달러를 보유하려는 심리도 강하다.

    일정 부분 해외투자 자금을 국내로 돌리려면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는 동시에 글로벌 달러 약세 기대가 일어야 한다.

    앞으로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면 고점에서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편이 유리하다.

    즉, 달러-원 환율이 일시적인 하락이 아니라 꾸준히 하락할 것이라는 추세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현재의 환율 1,400원 선이 1,300원대로 내려가는 시점은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아직은 내년에도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관세 전쟁을 넘어 환율 전쟁이 재발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기축통화국으로서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고, 달러의 신뢰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무역수지 적자가 불가피했던 미국의 '트리핀 딜레마'가 지속적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년 전망보고서에서 "트리핀 딜레마 해결을 위해 관세 전쟁을 넘어 환율 전쟁이 가능하다"며 "특히 광범위한 적용보다 특정국, 한국, 일본 등의 동아시아 국가들에 한해 적용될 경우 국가적 이슈로 부상할 수 있다"고 짚었다.

    물론 미국 AI 중심의 산업 주도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외국인의 주식 투자 비중이 계속되는 점은 달러 강세를 뒷받침한다고 신한투자증권은 분석했다.

    이에 트럼프의 달러 약세 유도 정책이 다시 등장할 경우 아시아통화를 저격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미국에 투자하는 외국인 자금 이탈과 약달러가 동시에 전개될 수도 있다고 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경로가 내년에 본격화될 경우 다시 달러 자산 수요가 줄어들 수도 있다.

    지금과 달리 달러 약세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를 잡는다면 서학개미들도 굳이 대규모의 달러 자산을 유지할 유인이 약해진다.

    오히려 1,400원대 환율일 때 미국 주식을 차익실현하고, 원화로 환전하려는 유혹이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한국 증시의 체력이다.

    한국 코스피가 계속 견조한 양상을 보이고, 환율이 1,400원대에서 1,300원대로 낮아지는 상황이라면 서학개미들도 일부 보따리를 챙겨 귀국할 여지가 있다.

    환율이 높을 때 해외주식을 정리하면 원화로 환산했을 때 금액이 더 크기 때문이다. 환율 전쟁까지는 아니더라도 원화 약세를 조정해야 한다는 압력이 있을 경우 달러-원 환율 하락이 어디까지 가능할지도 관건이다.

    또 다른 서학개미 투자자는 "국내 증시는 50억원까지 세금이 없어서 환율과 세금 신경 쓰느니 (미국장보다) 국장 수익률이 나을 수 있다고 본다"며 "지금 환율도 높아서 동학개미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조정의 기미가 없는 미국 증시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다. 환율 1,400원대도 서학개미 투자자들에 꽤 달콤한 맛이다. (경제부 시장팀장)



    연합인포맥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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