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高환율] 위안화와의 이별…엔화 닮아가는 원화
  • 일시 : 2025-11-10 08:30:01
  • [구조적 高환율] 위안화와의 이별…엔화 닮아가는 원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최근 몇 달 사이 위험통화의 상징인 원화가 안전자산의 대표격인 엔화와의 동조가 깊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달러-원 환율의 방향성은 일본 엔화보다는 경제 의존도가 높은 중국 위안화(CNH)와 동조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평가됐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달라진 한국과 중국의 대미 관세협상 구도와 수년에 걸친 중국으로부터의 무역 의존도 축소 등에 위안화와의 동조성은 약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대신 원화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도 외화유출 확대에 따른 달러 수급 불균형 고착화, 즉 매우 빠르게 순대외자산의 비중이 증가하는 점과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전쟁에서 '동맹국가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닮은 꼴이 눈에 띈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은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 미국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수출 경합도가 높은 국가는 10년 전에도 지금도 일본이다.

    높은 수출 경쟁 관계를 고려하면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원화도 절하 압력에 놓일 수 있는 구조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간한 '최근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 배경 및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가 주요 신흥국 통화 중 위안화와의 동조와 정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했다.

    최근 10년간 두 통화의 상관계수는 장기 평균 약 0.21~0.33 수준으로 위안화 약세 또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확인됐다.

    하지만 최근 3개월 사이 외환시장에서는 다른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위안화보다 엔화 움직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10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올해 초 이후 달러-엔과 달러-원 환율은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달러-원 환율의 급등을 만들어낸 지난 4월 초를 전후로 2~3개월을 제외하면 대체로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달러-위안(CNH)과 달러-원은 8월 중순까지만 해도 동조 흐름을 유지했으나 해당 시기 이후로 달러-원은 급하게 올랐고, 달러-위안은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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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미국과의 관세전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고자 위안화를 상대적으로 강하게 관리하는 측면은 있다.

    그럼에도 최근의 위안화 강세는 엔화나 원화만큼 불리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도 동시에 보여준다.

    중국은 트럼프 1기 때만 해도 미국의 고관세 정책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이었으나, 2기 들어서는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맞대응 관세 전략으로 '밀고 당기기'를 통한 실익을 챙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대규모 무역적자를 이유로 동맹국인 우리나라와 일본에 오히려 대규모 투자를 받아낸 점은 관세전쟁 국면에서 중국과의 대비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원화가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마무리하고도 저평가 국면이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고공행진 하면서 엔화와 닮은 꼴은 더 부각되는 양상이다.

    지난 7월 한국무역협회가 미국 수입 상위 9개국을 대상으로 수출경합도(ESI)를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미국 수입시장에서 한국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국가는 일본, 독일, 멕시코 순이었다.

    수출경합도는 일본이 0.52로 가장 높았는데 2016년과 비교하면 일본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경합국 지위를 유지했다.

    자동차와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주력 품목의 경합도가 높다.

    미·중 분쟁 영향 속에 중국은 시장점유율과 수출경합도가 가장 크게 하락했다.

    엔화가 약세일 때 일본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 한국 수출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해 원화 약세 기대가 생겨날 수 있는 구조다.

    2016년 달러-엔 환율은 연초 118엔 수준이었으며 최근에는 153엔 수준에서 움직였다.

    같은 기간 1,200원을 밑돌았던 달러-원 환율은 1,460원 수준까지 올랐다.

    엔화와 원화 가치가 대략 30%, 20%씩 하락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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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와 일본은 모두 경상수지 흑자를 기반으로 해외 투자와 자산운용을 확대하는 순대외채권국이다. 대외순자산 비중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해외투자가 과도한 수준으로 부풀고 있어 환율 경계감을 키운다.

    민간이나 공적기관에서 해외 투자가 늘어나면서 대외건전성은 강화되는 구조지만, 꾸준하고 빠른 속도로 지속되는 달러 수요는 해당국 통화에 약세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 된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것을 보면 국민소득, 인구구조 등 펀더멘털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한 우리나라의 균형 대외순자산(NFA)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15년 -3%에서 2023년 26%로 올랐다.

    그러나 지난 6월 기준으로 55%에 달해 균형 비율보다 크게 높아졌다.

    전통적인 순대외채권국인 일본의 경우 70% 수준이다.

    한은은 "인구 고령화, 연기금의 대규모 해외투자, 국내 자산수익률 저하로 인한 과잉 저축·과잉 대외 투자"를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어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 중심의 주요 제조업 국가인 일본, 대만, 독일 등은 NFA가 누적되며 지속적으로 우상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경상수지 적자와 동시에 외국인의 자국내 투자가 크게 늘면서 NFA가 우하향 추세다.

    민간 중심의 해외 투자 확대와 국내 투자기반 약화라는 점에서 일본의 경로를 닮아가고 있다.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달러-원이 예전에는 위안화와 연동을 강하게 했으나 최근에는 엔화와 연동을 심하게 하고 있다"면서 "엔화 약세에 달러 인덱스가 계속 오른다고 하면 환율이 더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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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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