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高환율] 대미 투자 때문에…당국 개입여력 축소되나
  • 일시 : 2025-11-10 08:30:02
  • [구조적 高환율] 대미 투자 때문에…당국 개입여력 축소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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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 배경 중 하나로 외환 당국의 개입 여력이 축소됐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미국과 관세 협상 줄다리기 끝에 대미 투자 연간 한도를 200억달러로 제한했지만 결과적으로 외환보유액을 소진하게 되면서 당국이 쓸 수 있는 실탄에도 한계가 생겼다는 생각이다.

    달러화 유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당국의 제어력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달러-원 환율의 상승 명분이 되는 모양새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10월 말 기준으로 4천288억2천만달러다. 세계 10위권 규모로 적지 않은 보유액을 유지 중이다.

    문제는 한미 관세 협상을 통해 미국에 3천500억달러를 투자해야 하는 부담을 짊어지게 되면서 생겨났다.

    1천500억달러를 조선업에 투자하고 나머지 2천억달러는 연간 200억달러 한도로 직접 투자하기로 해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했지만 여파를 완전히 비켜가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200억달러 한도로 설정된 연간 투자금을 외화자산에서 나오는 이자와 배당 등 수익을 통해 마련한다는 셈법이다.

    외환시장을 거치지 않고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시장 영향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유사시에는 납입 시기와 금액 조정도 요청할 수 있어 시장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연간 150억~200억달러 정도의 대미 투자는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환보유액으로 쌓일 달러화를 소진하는 까닭에 당국의 개입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넉넉할수록 환율 방어에 유리한 것이 사실인데 대미 투자로 외화 누적 속도가 정체되거나 줄어들 수 있다는 견해다.

    가뜩이나 개인, 기관, 기업을 막론하고 해외 투자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당국의 개입 여력마저 줄어드니 달러-원 환율 상승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아울러 매년 외화자산 수익이 대미 투자에 필요한 금액을 충족할 만큼 창출될 것으로 확신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자 또는 배당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부족 시 해외에서 조달하므로 4천20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시장의 우려는 남아 있는 상태다.

    벌써부터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의 관망세가 짙어졌다고 평가한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섰는데도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 같다는 시각이다.

    다만, 당국 입장에서도 쏠림을 제어할 뿐 특정한 환율 레벨을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므로 시장 논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달러-원 환율 상승세를 의도를 갖고 꺾을 수도 없는 일이다.

    게다가 미국은 반기마다 환율보고서를 발간하면서 '환율 조작국'을 지정한다.

    현재 평가 기준은 ▲150억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최소 8개월간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인 경우다.

    이 중 3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면 심층분석 대상이 되며, 2가지만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이 되는데 우리는 무역 흑자와 경상 흑자 기준에서 문제가 돼 현재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상태다.

    달러화 매수 요건은 비켜갔으나 미 재무부는 지난 6월 내놓은 환율 보고서에서 지난해 개입 이력과 함께 개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적었다.

    아울러 환율 조작국 지정 잣대를 다변화해 정량적인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처럼 개입 여력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대미 투자로 인한 외환보유액 정체 문제까지 겹치면서 달러-원 환율이 구조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관세 협상 이후 생긴 외환보유액을 덜 쌓게 된다는 인식도 달러-원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본다"며 "대미 투자를 한꺼번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달러화가 유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관세 협상 타결 발표 직후 달러-원 환율이 크게 빠지지 않았다"면서 "일본의 개입 강도에 비해 우리의 개입 여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데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기까지 하면 스무딩 오퍼레이션이 약화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전했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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