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달러-엔 위에 나는 달러-원…약세의 끝은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최근 달러-엔 환율이 '뛰면' 달러-원 환율은 '날아오르는'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원화의 프록시통화(대리통화)로 부상한 엔화가 약세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원화가 이에 동조하면서도 더 큰 폭의 약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12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거래 종합(화면번호 211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정규장 종가 기준 이달 4일(1,437.90원)부터 11일(1,463.30원)까지 25.40원(1.77%) 올랐다.
같은 기간 달러-엔 환율은 153.622엔에서 154.121엔으로 0.499엔(0.33%) 상승에 그쳤다.
연합인포맥스 통화별 등락률 비교(화면번호 2116)를 봐도 원화의 약세가 엔화보다 뚜렷하다.
최근 일주일간 엔화는 미 달러 대비 0.32% 절하됐고, 원화는 1.56% 떨어졌다. 원화가 엔화보다 약 5배 더 약세를 보인 셈이다.
지난달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선출된 뒤 달러-엔 환율은 153~154엔대를 중심으로 엔화 약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달러-원은 상단을 재차 테스트하며 지난 4월 장중 고점(1,487.60원)을 향해 가는 모습이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엔화가 0.1% 약세가 된다고 하면 달러-원은 0.5~0.6%씩 약세를 나타내는 것 같다"며 "달러-원 시장이 추격 매수세에 코인장처럼 불이 붙으면서, 변동폭이 다소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업체들은 1,480원에 네고를 시도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1,500원선까지 내다보고 있다"며 "업체들은 달러를 들고 있어도 지금 굳이 팔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전일 달러-엔 환율은 한때 154.487엔까지 오르며 지난 2월 중순 이후 약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를 두고 시장 참가자들은 155엔선 부근이 일본 당국의 단기적인 '레드라인'으로 보고 있지만, 연말까지 달러-엔이 추가 상승할 여지도 일부 남아있다고 관측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주세페 델라모타 외환 애널리스트는 "달러-엔 환율이 일본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나온 155엔선 아래에서 횡보하고 있다"며 "최근 당국의 구두개입은 트레이더들에게 반등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쳤지만, 동시에 155엔 수준이 당국이 '선을 긋는 구간'이라는 점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달러-엔 환율이 연초 이후 최고 수준으로 다시 올랐으나 일본 당국의 개입을 유발하는 요인(무질서한 움직임 및 명백한 펀더멘털의 왜곡)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봤다.
이어 다카이치 총리 체제 아래 엔화의 추가 약세가 "달러-엔의 기본 시나리오"이며, 현재로서는 엔화가 아직 과도한 약세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골드만삭스는 "달러-엔이 161~162엔 수준으로 급등할 시에는 일본 정부의 개입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내년에는 엔화 흐름이 강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전일 공개한 '최근 일본 증시 동향 및 향후 여건' 보고서에서 "다카이치 정부는 핵심 산업 강화 등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를 표방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지출 규모 및 정책효과에 대해서는 시장 예상보다 절제된 방향으로 시행될 것이라는 의견(노무라증권)과 실물경제 및 주가 상승에 기여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의견(씨티은행)이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정책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엔화의 약세 압력이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금센터는 "통화정책의 경우 다카이치 총리가 금리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스탠스를 보이고 있지만, 엔화 약세 및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 등으로 금리 인상이 큰 지연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이 아직 우세하다"고 진단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간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초 일시적인 달러 강세 이후 엔화 가치의 상승이 달러를 약세로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장은 내년 3월까지 1회 인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으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와 맞물릴 경우 엔화 강세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약 300억~500억 달러로 추정되는 일본 생명보험회사의 선물환 매도도 엔화 강세 및 달러 약세 재료로 작용할 것"이라고 민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jy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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