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고환율 길어지고 물가 들썩이는데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에서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엔 수많은 요인과 대외여건이 영향을 미치는데 이번 환율 상승의 배경엔 수급 요인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해외로 나가려는 자금이 늘어 달러 수요가 커지니 달러 가치는 오르고 원화는 내릴 수밖에 없다.
올 초부터 지난주까지 연평균 환율(주간거래 종가 기준)은 1,415.8원이다. 이는 달러 곳간의 재고가 바닥나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의 1,394.97원보다 높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1,276원대였다. 올해 주간거래 종가가 1,450원을 넘었던 날이 50일이어서 전체 거래일(211일)의 4분의 1에 달했다. 원화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1.38% 하락해 엔화를 제외한 여타 주요국 통화가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이쯤 되면 달러 강세보다는 원화 약세라 하는 게 맞다.
서학개미들의 미국 증시 투자와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가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를 보면 3분기 말 대외금융자산(대외투자)은 2조7천976억달러로 전분기 말보다 1천158억달러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중 거주자의 증권투자는 전분기보다 890억달러 늘어 역시 최대 기록을 바꿔 썼고 직접투자도 87억달러 증가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호재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최근엔 그 효과가 많이 퇴색됐다는 분석이다. 원자재와 중간재를 수입해서 가공 후 수출하는 기업들의 경우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원화 기준 석탄과 원유 등 원재료 가격이 5년 전과 비교해 80%나 올랐다는 수치는 환율 상승에 따른 기업들의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환율 상승은 이처럼 수입 가격을 올려 국내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크다. 최근 서울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L당 1천800원을 돌파한 것은 국제 석유제품 가격의 반등과 함께 환율 상승으로 원유 수입단가가 오른 탓이다. 이미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동기 대비 2.4%로 15개월 만에 최고였다. 유가 상승은 연말을 앞두고 물류 등의 산업에 영향을 주면서 국내 각종 물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간신히 불씨를 살려놓은 내수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있다. 주가 상승과 내수 회복 조짐으로 되살아난 경기회복 기대를 환율이 꺾지 않도록 당국의 면밀한 대응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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