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어떤 방법으로 '환율 소방수' 투입될까
전략적 환헤지·한국은행 외환스와프 논의 예상
"국민연금·서학개미는 부수적 이유" 지적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F4 구두 개입에도 환율 상승에 베팅하는 수요가 멈추질 않자, 정부가 '국민연금'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25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은 전일 '4자 협의체' 첫 회의를 열었다.
협의체 구성 목적으로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의 외환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해 구성했다"며 "국민연금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전략적·전술적 환헤지 주목…770억달러 한도
시장에서는 협의체가 전술적·전략적 환헤지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연금은 외화자산의 5% 범위에서 자체 판단으로 전술적 환헤지를 실시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가장 최근 공시 기준 해외자산 규모가 702조5천490원인 점을 고려하면 35조원 정도 규모의 달러 매도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전술적 환헤지 한도를 꽉 채워 쓰고 있지 않다. 올해 5월 말 기준 전술적 환헤지 포지션은 111억7천100만 달러(한화 약 16조5천억원)다. 전체 외화자산인 5천138억9천만 달러에서 2.1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올해 들어 전술적 환헤지 규모를 늘리며 지난 3월 150억9천400만 달러(3.09%)까지 확대한 국민연금은,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던 지난 4월부터 환헤지 규모를 줄이기 시작한 바 있다. 국민연금의 전술적 환헤지 규모는 4~5월 간 39억2천만 달러 축소됐다.
대략 추산하면 전술적 환헤지 여력이 18조원 안팎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건 전략적 환헤지의 재가동 여부와 그 규모다. 전략적 환헤지는 환율이 장기 평균 대비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정한 일정 수준 이상을 벗어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10% 범위에서 실시할 수 있다.
앞서 올해 초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로 시장에 달러 매도 물량이 상당 기간 꾸준히 쏟아지면서 달러-원 환율을 떨어뜨린 효과를 학습한 바 있어, 시장에서는 가장 신경 쓰는 움직임이다.
올해 1월 달러-원 환율이 장기 평균 환율을 넘어선 수준인 1,450원대를 돌파하면서 전략적 환헤지를 발동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장기적으로 환율은 평균에 회귀한다는 자체 연구용역에 근거해 환율이 이례적으로 높아지면 환헤지로 대응한다. 정상궤도를 벗어난 환율이 제자리로 내려올 때 환율 하락에 의한 대규모 환 손실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전략적 환헤지는 달러-원 환율이 1,300원대로 복귀한 6월 전후 중단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 규모는 3% 내외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1,480원을 바라보는 현재 이미 전략적 환헤지 발동 요건이 다시 충족됐다고 보고, 국민연금의 등판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협의체에서는 전략적 환헤지 시기와 규모 등을 논의할 거라고 예상한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연초 국민연금의 환헤지 물량이 실제로 많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시장에서는 환율 안정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며 "그게 생각보다 강력하다는 걸 시장이 확인한 바 있어 국민연금의 환헤지 물량이 얼마나 언제 어떻게 나올 건지 많이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시점에서는 전략적 환헤지 발동 기준이 충족됐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첫 번째로 생각한다"며 "그다음으로는 한국은행과의 외환스와프 계약 물량을 어떻게 소화할 건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외환스와프 연장될 듯…해외투자 비중 조절은 '글쎄'
환헤지 수단 중 하나인 한국은행과의 650억 달러 외환스와프 계약 연장은 협의체에서 합의될 가능성이 높은 방안으로 언급된다. 국민연금이 달러를 시장에서 조달하는 대신 외환보유고에서 끌어 써 외환시장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올해 말 종료된다.
시장에서의 환헤지 비용보다 저렴하다고 알려져, 환헤지 비용을 가장 우려하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거절할 이유는 없는 방안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국내자산 투자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연금은 2030년까지 매년 약 0.5%포인트씩 국내주식 비중을 줄이는 중장기 자산배분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내년 5월 중장기 자산배분계획에서 이를 재검토할 수 있다. 또는 목표비중을 벗어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전략적·전술적 허용범위(각각 3%와 2%)를 건드는 방법도 가능하다.
다만 국민연금 수익성 차원에서는 글로벌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에 그치는 국내주식 비중을 재차 늘리기란 쉽지 않다. 국민연금 수익률과 외환시장 안정을 모두 충족하는 방안이라고는 볼 수 없는 셈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국민의 노후소득인데 정부의 필요로 소방수 역할을 하는 건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문제가 생기면 책임론이 대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알맹이 빼고 손보는 당국…"국민연금 핵심 아냐"
한편, 달러-원 환율 안정 측면에서 수급은 부가적인 재료라고 보는 입장도 있다. 국가 부채 증가에 따른 국채 금리 급등 등의 근본적인 환율 급등 이유를 제쳐두고, 수급을 건드리는 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 달러-원 환율 상단을 1,500원으로 보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들어가기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전 재정 유지와 국채 발행 속도 조절 등이 우선이고, 국민연금 환헤지나 서학개미 등 수급 개선은 부가적인 방법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지금은 오버슈팅 구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 컨센서스"라고 말했다.
hr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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