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장사가 더 낫다"…환율급등에 남대문 수입상가는 한숨
상인들 "매일 가격 뛰어…IMF·코로나 때도 이 정돈 아냐"
(서울=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1천원 오르고 또 2천원 더 올라서 하나 사 오는데 3천원이나 비싸게 줘야 해요."
26일 서울 중구 남대문 숭례문수입상가에서 해외 의약품을 파는 박모(52)씨는 매대에 놓인 건강보조제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 상품 '센트룸' 매입가가 불과 며칠 새 3만4천원에서 3만7천원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우리는 다양한 물건을 조금씩 사 와서 파니까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3만7천원에 팔던 걸 4만원에 판다고 하면 누가 사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욕실화 등 생활잡화를 파는 이미경(56)씨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씨는 "7천원짜리 슬리퍼가 8천원으로 1천원이나 올랐다"며 "100개 살 때 70만원이던 게 지금은 80만원이 넘는다. 중간 판매자한테 '또 올랐어요?'라는 말을 요즘 가장 많이 한다"고 했다.
원화 가치가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약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남대문 수입상가 상인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67.7원을 찍었다가 1,465.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위안화도 210원에 근접했다.
D동 수입상가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이모(61)씨는 "위안화가 10원 넘게 오르고 물류비까지 같이 올라 도저히 이득이 나기 어렵다"며 "중국에서 10만원에 살 수 있는 걸 한국에선 20만원에 사서 팔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국내에서 주문 제작 의류를 파는 서영미(63)씨도 고개를 저었다. 그는 "가죽 가방을 여기서 만들더라도 원단은 대부분 수입"이라며 "원화가 약해지면 결국 전부 우리 부담"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소비자들도 높아진 가격에 지갑을 닫는 모습이다.
이날 남대문에 구경하러 나왔다가 수입상가를 들렀다는 김모(68)씨 부부와 딸은 수입 약품 가격을 물어보고는 빈손으로 자리를 떴다. 김씨는 "서울에 딸이 살아서 구경하러 나왔다"며 "도매라고 해서 싸다고 왔는데 하나도 안 싸다"며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처음 수입상가를 찾았다는 다른 중년 여성도 "싸고 물건도 다양하다고 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비싸서 아무것도 못 샀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안규현 숭례문수입상가상인회 회장은 "IMF 때도, 코로나19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상가가 다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회 관계자는 "시장 밖에는 사람이 엄청 많은데 이 안은 조용하지 않으냐"며 "남대문에선 차라리 호떡 장사하는 게 낫다"고 했다.
ys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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