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달러 쌓아두는 수출기업에 '페널티'…정책금융 제한
  • 일시 : 2025-12-01 11:06:08
  • 외환당국, 달러 쌓아두는 수출기업에 '페널티'…정책금융 제한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박준형 기자 = 외환당국이 수출 기업의 환전 현황과 국내 투자·고용 기여도를 연계해 정책금융 지원을 차별화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수출을 통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국내로 들여와 투자하고 고용을 확대하는 기업에만 '당근'을 주고, 달러를 해외에 쌓아두는 기업에는 '채찍'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자금이 해외 자산을 불리는 데에만 쓰여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국내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기업에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외환수급 안정화를 위한 구조적 여건과 정책 과제를 점검하고, 수출 기업의 환전과 투자 현황을 정기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관계부처들은 이를 바탕으로 정책자금 등 기업지원 정책수단과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통상적으로 수출기업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일정 부분 환전해 인건비, 설비투자 등 국내 비용을 충당한다.

    그러나 최근 고환율 상황에서 달러를 해외에 장기간 축적하는 기업 역시 적지 않다는 게 외환당국의 판단이다.

    이는 기업 재무에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국내 투자·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데다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도 지적된다.

    실제로 기업이 해외에 쌓아두는 외화예금은 증가세가 뚜렷하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기업들의 외화예금은 922억6천만달러로, 지난 1분기(833억9천만달러) 대비 10% 이상 급증했다.

    정부는 그간 해외법인의 이익을 국내로 들여오는 '자본 리쇼어링'을 유도하기 위해 법인세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해 왔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해외 자회사가 국내로 보내는 배당금 중 95%를 비과세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초기에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상당수의 기업이 여전히 달러를 해외에 축적해두는 경향이 지속됐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 금융기관을 통해 제공되는 혜택들을 기업의 환전과 국내 투자 행태에 따라 차별화하는 것이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4개 정책 금융기관은 올해 247조원3천억원의 정책금융 공급 목표를 설정했으며, 지난 9월까지 첨단전략산업 등 5대 중점 전략 분야에만 138조원을 웃도는 자금을 공급했다.

    또한, 최근 강화된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타격을 입은 국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13조6천억원의 긴급경영 자금을 편성하기도 했다.

    수출기업의 유동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무역보험 공급 규모도 역대 최대인 270조원 규모로 확대했다.

    앞으로 이러한 정책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저리 대출이나 해외사업 지원 프로그램들은 수출 대금을 일정 비율 원화로 환전하고, 국내 고용과 투자를 늘리는 기업에 우선 배정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정책금융을 지원받고도 수익을 해외에 쌓아두는 기업에 대해서는 지원 한도와 조건이 제한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외 투자가 나쁘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라면서도 "국내 정책자금은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자금을 받아놓고 해외에서 돈을 벌어 국내에 들여오지 않는 것은 고용과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그런 식의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특정 기업에 불이익을 주기 위한 '징벌적' 성격이 아니라, 정부 자금이 보다 효율적으로 쓰이도록 하는 '자원 재배분'라는 설명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수출 대기업 경영진을 만나 정부의 환율 안정 방안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참석자들은 "우리 경제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수출 이익을 국내에 환류·투자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게 하는 선순환 구조가 원활하게 작동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wchoi@yna.co.kr

    jhpark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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