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의 글로브] 안전지대가 없다
  • 일시 : 2025-12-02 11:00:59
  • [문정현의 글로브] 안전지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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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주 일본 금융시장에서는 소프트뱅크그룹의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프리미엄 상승이 화제가 됐다.

    CDS는 채권 발행자가 빚을 갚지 못할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과 같은 금융상품이다.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제3금융사가 빚을 갚아야 하는데, 금융사가 그 위험을 부담하는 대신 채권자에게 받는 보험료 성격의 수수료가 바로 CDS 프리미엄이다. 국가나 기업이 부도를 낼 위험을 시장이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숫자가 높을수록 부도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2498번)에 따르면 11월 28일 소프트뱅크그룹의 5년물 CDS 프리미엄은 291.50bp로 지난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이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약 5천억엔(약 4조7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는 소식이 CDS 프리미엄을 계속 밀어 올렸다. 회사는 미국 오픈AI 추가 출자와 관련한 브릿지론을 상환하는데, 일부 자금을 쓴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발행한 엔화 보통 회사채로는 지난 15년 만에 최대 규모다.

    앞서 소프트뱅크그룹은 자사가 보유한 엔비디아 주식전량을 처분하고 이 자금을 오픈AI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라고도 밝힌 바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챗GPT 개발사 오픈AI 등과 협력해 미국 전역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 주가는 11월 한 달간 약 38%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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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는 오라클 CDS 프리미엄 급등이 지난달 내내 화제가 됐다. 오라클도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일원이다.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오라클의 5년물 CDS 프리미엄은 121.74bp로, 작년 말 39.77bp 대비 무려 200% 넘게 올랐다.

    지난 9월 오픈AI와 대규모 클라우드 계약을 체결했을 때 만해도 분위기가 좋았지만, 연말에는 'AI 거품론'의 중심에 서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오라클은 기업용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가 주력사업으로, 클라우드 세계 점유율은 3%에 그친다. 오픈AI와의 계약으로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구축할 필요성이 생겼는데, 이에 따라 설비투자액이 급증하게 됐다.

    2025회계연도(2025년 6월~2026년 5월) 설비투자액은 직전년도 대비 65% 증가한 350억달러(51조5천억원)로 연간 매출의 절반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AI 투자를 늘리는 것은 기술기업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오라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수익을 창출해내는 능력에 비해 투자 규모가 크다는 데 있다고 신문은 지적한다.

    영업현금흐름에서 자본적 지출을 뺀 잉여현금흐름(FCF)을 보면 오라클은 지난 2024회계연도에 약 마이너스 9억달러(약 1조3천억원)를 기록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등 클라우드 대기업 3사 FCF가 플러스를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오라클은 지난 9월에 180억달러(26조4천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당시 기준으로 연중 최대 규모 회사채 발행이었다. 이자 부채의 합계는 1천억달러(147조원)을 넘는다. 투자적격 기술 기업 회사채 가운데 부채가 최대 규모에 이르면서 CDS 프리미엄이 지난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빚을 내서 AI에 투자한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오라클 주가는 9월10일 고점 대비 41%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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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대장주 엔비디아도 우울한 사정이긴 마찬가지다. 가을 초까지만 해도 국내외 AI 업계 주인공은 단연 '엔비디아'였다. 빠른 AI 기술 발전에 맞물린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 급증 기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지속되는 양호한 실적에 'AI 대장주' 지위에 도전할 주체는 당분간 아무도 없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연말 들어 엔비디아에 대한 환호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식는 분위기다. 영화 '빅 쇼트'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 공매도 포지션을 공개하고, 감가상각 회계처리와 순환거래를 문제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버리는 MS, 아마존, 구글, 메타 등 주요 고객사가 엔비디아 장비의 감가상각 연수를 축소해 실적을 부풀리고 있으며, 엔비디아가 투자한 일부 기업들이 그 돈으로 엔비디아의 칩을 사들이는 소위 '순환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메타플랫폼(메타)이 구글의 AI칩인 'TPU'(텐서처리장치) 수십억달러어치를 구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은 엔비디아에 두 번째 강펀치가 됐다.

    TPU는 AI 연산에 특화한 구글 자체 반도체로, 2015년 출시 당시에는 엔비디아 GPU 인기에 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 했지만 이번 메타의 도입 논의 소식에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됐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엔비디아 1강이라는 AI 반도체 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11월 한 달 동안 12%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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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AI 주도주인 오픈AI도 구글의 도전을 받고 있다. 구글의 새 생성형 AI '제미나이3'가 추론 성능과 코딩 실력 등에서 '챗GPT 5.1'보다 훨씬 낫다는 평가 나오면서다. 구글은 지난 2023년 첫 생성형 AI '바드' 출시 때 겪었던 대굴욕을 만회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업계 선두에 서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받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호재라고 여겨졌던 재료가 순식간에 악재로 재평가되고, 향후 몇 년은 거뜬히 유지할 것 같았던 업계 선두 지위는 경쟁사의 제품 출시 한방에 흔들리고 있다. 어느 하나 '안전한' AI주가 현재로선 없다.

    AI 거품론에 따른 미국 증시 급락은 다소 진정된 상황이지만 내년에도 부침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일부 기업의 CDS 프리미엄 추이를 보면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AI 거품론의 핵심은 이 많은 투자에 상응하는 수익이 눈에 보이느냐는 것이다. 그 수익성이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되기 전까지 시장 의구심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당분간 AI발(發) 변동성 지속 가능성을 계속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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