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S 외화채③] 소규모는 실효성·대규모는 구축효과…'규모의 딜레마'
'보유 중인 미국채 담보 대출' 대안으로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이규선 기자 = 국민연금공단(NPS)의 외화채권 발행 방안에서 '규모의 딜레마'도 풀어야 할 숙제다.
국민연금 외화채는 외환시장 수급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여러 대안 중 하나일 뿐 대규모 발행을 전제로 하지는 않는다. 다만 발행 규모에 따라 다른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을 위축시키는 구축효과나 부채비율 상승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은 짚고 가야 한다.
외환시장 수급 안정과 구축효과 방지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발행 규모 산정이 핵심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최소 50억 달러는 찍어야"…한정된 수요 속 '체급' 부담
3일 한 글로벌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외화채 발행을 통해 외환시장 안정에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려면 연간 최소 50억 달러 이상의 발행은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연금은 현재 선물환 매도와 한국은행과의 외환(FX) 스와프 등을 통해 수백억 달러 규모의 환 헤지를 실행하며 달러 매수 압력을 분산하고 있다.
외화채 발행이 기존 수단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려면 조달 규모 역시 이에 상응하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평가다. 소규모 발행에 그칠 경우 발행 비용 대비 실질적인 환시 안정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대규모 물량을 내놓을 경우 한국계 외화채권(KP·Korean Paper)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다.
1년간 KP물 전체 발행 규모는 약 60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채권은 정부의 지급 보증 가능성이 높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과 같은 '준(準)국채' 등급으로 분류된다. 동일한 등급 내에서 공급이 급증하면 기존 우량 발행사들조차 투자자 확보 경쟁에서 밀리거나 더 높은 금리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대미투자 기금채 등 공급 물량 산적…미국채 담보 대출도 대안으로
향후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내년부터 대미(對美) 투자 관련 기금채 발행이 약 50억 달러 추가로 예정돼 있다. 국민연금 물량까지 더해질 경우 KP 시장의 공급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재정 건전성 지표 관리도 과제다. 국민연금의 채권 발행은 국가채무(D1)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일반정부 부채(D2)로는 계상될 가능성이 크다. 의미 있는 규모로 조달하기 위해 채권을 대량 발행한다면 D2 비율이 올라 국가 신용등급 관리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보유 중인 미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리는 대안도 제시됐다. 법 개정과 시장 수급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외화채 발행보다 더 유연하고 시장 중립적인 조달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국민연금의 외화채 발행은 환 헤지 비율 확대와 유사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간접적으로 국내 기업과 금융사의 외화채 조달금리를 높이는 구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은 유의할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정 실장은 "외화 조달 수단으로 미 연준(Fed)의 'FIMA 레포 기구'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며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리면 KP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외화를 조달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FIMA 레포 기구의) 당사자인 외환당국은 아니지만 미국에 투자하는 특수 상황임을 알리고 설득하고 노력하면 된다"며 "레포가 외화채보다 만기가 짧지만, 이 또한 협의를 통해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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