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YMI] 문제는 물가의 레벨…트럼프 흔드는 '어포더빌러티 크라이시스'
물가 상승률 둔화했지만 팬데믹 전 대비 물가 자체가 너무 높아
감당 능력 의미하는 'affordability' 정치권의 화두로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최근 들어 대체로 전년대비 2% 후반대의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기준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CPI보다 0.4%포인트 정도 낮은 인플레이션을 보이는 게 역사적 패턴이었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의 관점에서 미국의 현재 인플레이션은 2% 중반대로 봐도 무리가 아니다. 2% 인플레이션 목표를 여전히 웃돌고 있지만, 그렇게 높다고 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물가 부담에 대한 미국인들의 호소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팬데믹을 겪기 전에 비해 '물가의 레벨' 자체가 너무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 CPI 원지수는 지난 9월 계절조정 기준 324.368을 나타냈다. 팬데믹 발발 직전인 2019년 12월(258.63) 대비 25.4% 높은 수준이다. 6년이 안 되는 사이에 전반적 소비자물가가 4분의 1 정도 상승했다는 얘기다.
명목소득도 분명히 상당히 올랐지만, 피부로 느끼는 물가 급등을 상쇄시켜줄 정도는 전혀 아니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심화한 양극화로 인해 중저소득층은 더 큰 물가 부담을 느껴야 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미국 정치권에서 근래 급부상한 화두가 '어포더빌러티 크라이시스'(affordability crisis)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재집권 후 최저치로 낮아진 핵심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어포더빌러티'는 우리말로 감당 능력이나 구입가능 능력 등으로 번역된다. 미국의 현재 물가는 국민들이 감당하기 너무 벅찬 수준까지 올랐다는 공감대가 반영된 용어가 바로 '어포더빌러티 크라이시스'다.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것은 주택가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배경에는 모기지 금리를 낮춰 주택구입 부담을 줄이자는 계산도 깔려 있다.
애틀랜타 연은이 산출하는 '주택 소유 어포더빌러티 모니터'(HOAM)를 보면, 지난 9월 기준 중간값 수준의 미국 주택을 보유하려면 매년 중위소득의 43%를 지출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HOAM은 이 비율이 30%를 초과하면 주택 보유 비용이 감당할 수 없는(unaffordable) 수준인 것으로 간주한다.
미국 주택 보유 비용은 2021년 하반기부터 4년째 30% 상한을 웃돌고 있다. 지금처럼 부담이 컸던 적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2000년대 중반의 주택 거품 시기가 마지막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내각회의에서 '어포더빌러티 크라이시스'는 민주당의 여론전에 불과하다는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민주당이 이야기하는 '어포더빌러티'라는 가짜 내러티브가 있다. 그건 그냥 단어일 뿐 아무런 의미도 없다"면서 "민주당의 사기(con job)"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지난 1월 취임한 뒤 "인플레이션은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면서 "인플레이션은 약간 더 내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s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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