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외화 외평채 한도 대폭 증액…고환율 잠재울 실탄될까
  • 일시 : 2025-12-03 17:11:51
  • 내년 외화 외평채 한도 대폭 증액…고환율 잠재울 실탄될까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신윤우 기자 = 정부가 내년도 외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한도를 대폭 증액함에 따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방파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지 관심이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6년 예산안'에는 외화표시 외평채 발행 한도가 50억달러로 정부안(14억달러)보다 대폭 증액됐다.

    발행 한도를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다만 2009년 실제 외화 외평채 발행량은 30억달러에 그쳤다.

    정부가 외화 외평채 발행 한도를 대폭 늘린 것은 외환시장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고려하고, 대미투자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을 볼 때 외화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발행 한도를 크게 늘렸다"면서 "불확실성에 대비해 한도를 선제적으로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필요로 하는 외화자금 수요가 늘어난 만큼 유사시에 대비한 완충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이 평가다.

    그러나 외화 외평채 발행이 실제로 늘어난다고 해도 해당 외화자금이 외환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환율을 떨어뜨리는 즉, 원화 강세 요인이 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외화 수요를 충당할 수는 있지만 달러 매도 개입용으로 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외화표시 외평채 발행이 달러-원 시장의 역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면서 "늘린 목적을 보면 내년에 달러를 미국에 많이 보내야 하는 상황이고, 결국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뿐만 아니라 한국투자공사(KIC)의 외화자금, 정부가 보유한 외화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도를 늘린 것이어서 발행을 전부 다 하지 않아도 되고 마이너스 통장처럼 만들어놓고 필요할 때 발행해서 쓰겠다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환율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단기 재료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50억달러가 외평채로는 규모가 크지만, 실제로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하기에는 지금 외환시장 거래량에 비하면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대미투자를 고려해서라도 50억달러는 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대미 투자 안전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등급이 'AA'인데 외평채 50억달러는 많은 것은 아니어서 환율을 안정화하기에는 너무 작은 규모가 아닌가 싶다"며 "보험적 성격으로 유사시 룸을 많이 열어뒀다 정도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인 1,500원을 향하는 상황에서 한도를 열어놓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외환딜러들은 지적했다.

    A은행의 외환딜러는 "외화조달 측면에서 한도를 열어놓았는데 환율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면서 "몇 년 전 환율이 내려갔을 때는 원화 표시 외평채를 더 고려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환율이 높을 때는 달러 자금을 더 충당하고, 낮을 때는 원화 자금을 더 충당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50억달러 규모가 크지만 시장 규모에 비해서는 엄청난 양은 아니어서 당장 영향을 줄 만한 부분은 아니다"라고 봤다.

    B증권사의 외환딜러는 "지금 상황에서 외화 외평채 한도를 상향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시장에 심리적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오늘 반영되는 모습이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산안에서는 한도만 늘려놓은 것으로 내년에 잠재적 발행 여력이 커졌다는 데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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