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고환율에 '손발 묶인' 딜러들…당국의 역설
(서울=연합인포맥스) 연말 서울외환시장이 사실상 '움직일 수 없는 장'이 돼버렸다. 달러-원 환율이 지난달 중순 이후 1,460원대에 고착된 사이 딜러들은 방향성도, 거래량도 찾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다.
변수는 많지 않다.
외환당국의 강한 시장안정 의지로 상단은 봉인됐고, 수급상으로 달러 매수세가 하단을 단단하게 받치고 있다.
문제는 양방향으로 환율이 봉인되면서 시장이 굳어버렸다는 점이다.
11월 이후 서울외환시장 정규장(오전 9시~오후 3시30분) 기준 일일 거래량이 80억달러대로 기존보다 크게 줄어드는 날이 늘어났다. 평균 거래량이 100억달러대인 점을 고려하면 20%가량 줄어든 셈이다.
다만 야간장 거래량은 상대적으로 견고하게 유지되면서 선도은행 중심의 시장 조성거래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눈에 띈다.
실수요가 아닌 '물량 채우기'식의 기계적 체결만 이뤄지는 셈이다.
변동성 축소도 심각하다. 지난달 중순 당국이 고강도 안정 조치를 시사한 후 환율이 1,451원까지 밀렸지만, 이후 환율은 1,460원대에 고착됐다.
상단에서는 1,470원 후반대까지도 가볍게 치솟는 게 일상이지만, 대부분 거래는 1,460원 후반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호가 공백 속에 5천만~6천만달러(50~60개) 정도의 실수요만 들어와도 환율이 50~60전씩 출렁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동성이 말라 튀는 가격 움직임이 나온다는 것이다.
연말을 앞두고 북클로징과 거래에 참여하는 딜러들이 줄어든 '계절적 특수성'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상단을 막겠다는 당국의 의지는 효과를 발휘했지만 원화 강세를 유도하겠다며 내놓은 카드들은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4자 협의체를 통한 국민연금과의 논의는 속도도 협조도 더딘 상태다. 사실상 상단을 막은 당국의 조치도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에 기대는 것 이상의 정책은 없는 셈이다.
정책금융을 동원해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를 유도하는 방안은 '효과가 제한적이었던 과거의 대책'이라는 비판이 되풀이된다.
증권사들의 서학개미 환전 패턴을 들여다보는 조치는 '서학개미 환전자금이 환율을 높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당국의 의중이 엿보여 '과도한 개입'이라는 논란도 불거질 만하다.
한 시중은행의 딜러는 "환율의 방향성을 사실상 제거해 거래를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는데 당국이 이런 상황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본다"면서 "포지션을 잡았다가 예상치 못한 테일리스크가 터질 위험이 크다"고 꼬집었다.
환율이 매우 좁은 범위에서 갇히게 되면서 향후 위쪽으로든 아래쪽으로든 변동성이 일시에 확대될 우려도 나온다. 응축된 모멘텀이 큰 만큼 한방으로 방향성을 잡으면 한 방향으로 크게 튈 수 있다는 것이다.
포지션을 잡는 순간 수익보다 리스크를 키우는 셈이어서 프랍 트레이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딜러들의 평가다.
고환율을 관리하는 것과 시장을 묶어두는 것은 다르다. 지금은 두 번째에 더 가까워 보인다. (경제부 정선미 기자)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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